닭·오리·달걀 수급 양호…가격도 안정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농장에서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농장 간 수평전파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야생철새가 유입되는 내년 1월까지 감염 위험은 지속될 전망이다.
8일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달 26일 전북 정읍의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올해 처음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4건이 4개 시·도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곳은 전북 정읍, 경북 상주, 전남 영암, 경기 여주 등 4곳이다. 하지만 의심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 음성과 전남 나주에서는 7일과 8일 의심 신고가 들어와 고병원성 여부를 정밀검사 중이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주를 제외하고 음성을 비롯해 5개 가금농장을 역학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는 농장 간 수평전파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1·2차 발생 농장 반경 10㎞ 내 농장과 역학관계가 있는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확산 양상은 과거와 비슷하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초기 중부지방에서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되고 전남·경남 등 남부지방으로 확산됐고, 올해도 충남 천안의 야생조류에서 항원이 처음 나온 이래 호남, 영남, 제주 등 전국으로 퍼지는 추세다.
다행히 농장 간 전파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철새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 실장은 "내년 1월까지 철새 유입이 증가하면서 가금농장에서의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도 계속 커질 것"이라며 "철새 도래지, 야생조류 서식지 등이 전국에 분포해 있어 전국 가금농장의 AI 발생 우려가 매우 큰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수본은 철새도래지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철저히 격리해 집중 소독을 시행 중이다. 농장의 소독·방역 실태와 농장 방역수칙 이행을 점검하면서 농장 단위 차단 방역도 강화했다.
5일에는 전국 가금농장별 전담관제를 도입해 농장 주변 생석회 도포 등 개별 농장의 차단방역 시행 여부를 현장점검 중이다. 이와 함께 농장 간의 수평전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전국 모든 가금류에 대해 출하 전 검사를 시행하고 방역대(발생농장 반경 10㎞) 내 농장, 발생 농장과의 역학관계가 확인된 농장은 매일 전화 예찰을 한다.
발생지역 현장점검과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경북·전북·전남도에는 관계 부처와 시·도 합동 'AI 현장상황관리단'도 설치했다.
박 실장은 "바이러스가 가금농장 주변에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인데도 발생농장 역학조사 결과 기본적인 농장 차단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되는 만큼 점검과정에서 법령위반 사항이 있으면 행정처분과 살처분 보상금 삭감 등과 같은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AI에 따른 살처분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닭과 오리고기, 달걀의 공급 여력은 충분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올해 사육 마릿수가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많고 닭고기와 오리고기 냉동 재고 물량도 많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9월 기준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7385만 마리로 평년보다 4.5%, 오리는 929만 마리로 2.4% 줄었지만 냉동 재고는 558만 마리로 2배 정도 많은 상황이다. 달걀 생산량도 4638만 개로 평년보다 7.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산지 가격도 높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