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스가, 전임자 아베에 등 돌리나

입력 2020-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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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게 된 뉴스가 화제다. 아베 전 총리가 휘말린 사건은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된 소위 ‘벚꽃 스캔들’이다. 매년 4월 열리는 일본 정부 주최의 ‘벚꽃 보는 모임’에서 아베 전 총리 측이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이 사건은 2019년 4월 아베 전 총리가 도쿄의 최고급 호텔에서 ‘벚꽃 보는 모임 전야제’를 열었을 때 참가한 유권자 약 800명의 참가비 일부를 부담하고, 그것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이것이 유권자 매수가 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고 자금 명세를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일본에서 더욱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아베가 총리 시절 국회에서 계속 “돈을 부담한 사실이 없다”고 강변해 왔다는 점이다. 아베 전 총리는 수십 차례 혐의가 없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전 총리의 ‘공설 제1비서’를 조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제1비서가 5년간 916만 엔, 한국 돈으로는 약 1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유권자들에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호텔 측에 남아 있는 영수증이 참가자들이 지급한 금액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증거가 됐다. 도쿄의 해당 고급 호텔에서 실시한 전야제에서는 뷔페가 제공되었는데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해도 1인당 1만1000엔이다. 참가자들은 1인당 5000엔밖에 내지 않았다. 차액은 아베 측에서 부담했다는 의혹은 이전부터 있었다. 올해 6월까지는 검찰에서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는 아베 전 총리의 허위진술을 뒤집을 수 없었다.

8월까지 일본 전국에서 941명에 달하는 변호사와 법조인들이 아베 전 총리를 정식으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되었다. 더욱이 그동안 아베 전 총리와 자민당의 파수꾼으로 알려진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지검 검사장이 5월 말 내기 마작 의혹으로 스스로 물러난 사건이 있어 아베 전 총리의 비리를 덮어줄 수 있는 검사가 사라졌다. 이후 아베 전 총리의 건강이 악화해 결국 그는 8월 28일 총리직을 사퇴했다.

구로카와는 7월 일본의 검찰총장으로 승진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당시 아베 측은 그의 검찰총장 취임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불명예스러운 퇴진으로 아베 측의 기대는 크게 빗나갔다. 이후 아베 전 총리가 기자회견도 제대로 하지 않게 되었고 아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파수꾼이 퇴진한 직후부터였다.

그 후 일본의 새로운 검찰총장으로 하야시 마코토가 취임했다. 하야시는 중립적이고 사건이 발생하면 성역 없이 수사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이에 아베 전 총리의 여러 스캔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수사 내용의 일부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11월 23일이었고 요미우리신문과 NHK가 동시에 보도했다. 둘 다 아베 전 총리에게 호의적 보도를 해 온 언론이므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결국, 누군가가 아베 전 총리 측에 관한 수사 정보를 두 언론에 제공했다는 이야기다.

원래 일본은 검찰 측에서는 수사 내용을 흘리는 일이 흔하지 않다. 그러므로 누가 이런 정보를 언론에 알렸는가가 화제가 되었는데 이런 검찰 측의 수사 정보는 관방 부장관에게 보고가 된다. 현재 스기타 가즈히로가 관방 부장관이고 그는 오랫동안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의 최측근이었으며 현재도 그렇다. 그러니 스기타가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즉, 스가 총리가 전임자인 아베의 발목을 묶어 놓기 위해 정보를 누설시켰다는 이야기다. 아베가 스가를 차기 총리가 되도록 지원한 이유는 이런 문제를 막아달라는 바람 때문이었는데 스가 측에서 수사 정보를 흘린 것이 사실이라면 예상외 전개가 될 것이다.

사실 스가 총리 입장에서 아베 전 총리의 최근 행보는 불쾌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직을 사퇴한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자신의 의원연맹 ‘창생일본’을 본격적으로 가동시켰다. “외교는 내가 하겠다”, “나라면 내년 1월 중의원을 해산시키고 총선거를 하겠다”고 주위에 말하고 다녔다. 자민당 내에서는 내년 9월 실시될 자민당 총재 선거에 아베가 다시 출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기 시작했다. 전 총리가 현 총리를 앞에 두고 이런 행보를 보이는 전례가 없다. 결국, 스가 총리가 아베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검찰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이다.

스가는 아베 정권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해 아베가 속한 최대 파벌 호소다파 등의 지원을 받아 총리가 됐다. 그런데 비리에 아베 전 총리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벌들도 이제 아베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검찰은 일단 아베의 공설 제1비서를 약식 기소했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해서는 임의 출두 형식으로 조사를 한다. 그런데 아베가 국회에서 계속 허위사실을 말한 점이 문제가 커서 내년 1월 중순에 열릴 정기국회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야당들의 추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스가 총리는 수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에 대한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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