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찰을 국가·자치·수사 경찰로 나누는 내용을 담은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개정 목적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지는 경찰 권력을 분산·통제하려는 것이지만, 제대로 된 견제 장치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장 큰 변화는 지휘·감독 체계다. 국가경찰은 원래대로 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지만, 자치경찰은 시·도별 독립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관리를 받게 된다. 수사경찰은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자치경찰은 관할지역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교통·학교폭력 업무·다중 운집 행사 안전관리 등을 담당하고, 국가경찰은 자치경찰 사무를 제외한 정보·보안·외사·경비 등 임무를 맡는다. 수사경찰은 범죄 수사를 맡는다.
역할의 구분은 생겼지만, 국가·자치·수사경찰은 기존처럼 같은 경찰관서에서 함께 근무한다. 업무 혼선을 줄이고, 조직·시설 신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국민이 경험하는 일상적인 치안 서비스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관이 아닌 법조계나 학계 출신 등의 민간인 7명으로 구성되며, 시·도지사와 의회, 국가경찰위원회 등이 추천한다. 정책 입안권이나 인사 계획, 징계요구권, 감찰요구권, 감사권 등의 권한을 행사한다.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치안행정을 담당하는 일반 경찰과 분리돼 수사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국수본은 경찰청 산하 조직으로, 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이 맡는다.
권력 분산의 취지에 따라 경찰청장은 국수본 수사에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할 수 없다. 다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에 대해서는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국수본은 원래 국가정보원이 담당하던 국내 대공 업무를 넘겨받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게 됐다.
2년 단임 임기의 국가수사본부장은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에게도 개방된다. 특정 정당에 소속됐거나 선거로 취임하는 공직자는 후보에서 배제된다. 본부장이 정치적 중립 등 헌법·법률을 위반할 경우 국회의 탄핵 소추 대상이 된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 권한의 분산·견제나 민주적 통제 강화라는 경찰개혁의 원칙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이 대공수사권까지 가져간 상황에서 그간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이 주장한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견제 장치들은 법안에서 대부분 빠졌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경찰의 권한과 기능을 분산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거꾸로 권한만 늘린 것"이라며 "애초에 정부·여당에 권력기관인 경찰의 권한을 분산·통제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