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1970년대생을 전진배치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유통 대기업들의 젊은 피 수혈 움직임에 동참했다. 코로나19로 기업 경영이 위축되자 유통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젊은 피 수혈’과 ‘외부 인사 영입’이 올해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인사 키워드다.
CJ그룹 역시 신규 임원에 1980년대생 5명을 포함시키는 등 젊은 조직으로 거듭났다. 다만 CJ그룹은 외부 인사 영입보다 내부 승진을 통해 조직원들의 결속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다른 유통기업과는 차별화된 인사에 나섰다.
CJ CGV 허민회 대표도 계열사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CJ맨이다. 이외에도 △중국본사 윤도선 △CJ프레시웨이 정성필 △CJ푸드빌 김찬호 △CJ LiveCity 신형관 △CJ Feed&Care 김선강 대표이사 등도 CJ의 역사와 함께 해온 인물들이다.
재계에서는 CJ의 이번 인사가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깜짝 전략을 채택한 기존 유통 대기업들과 달리 오랫동안 CJ에 몸담아온 인물들을 두주 중용한 것에 대해 이재현 회장이 내건 ‘월드베스트 CJ’로 나아가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CJ그룹은 생활문화기업으로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는 ‘월드베스트 CJ’를 그룹의 중장기 마스터플랜으로 삼았다.
‘월드베스트 CJ’를 가속화하기 위해 인사의 근본을 튼튼히 하는 동시에 기업의 정체성을 잘 아는 이들을 중용해 기존 목표의식을 고취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경후 부사장 대우는 CJ E&M에서 전략 부문을 담당하며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이 초석을 닦은 문화사업을 반석 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와 주식교환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콘텐츠 사업인 만큼 이경후 부사장대우의 승진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재계에서는 이 부사장 대우가 고모를 뛰어넘어 문화사업을 육성하고 제 2의 ‘기생충 신화'를 쓸 지 주목하고 있다.
이 부사장 대우를 포함해 여성 임원들도 대거 중용했다. CJ는 이 부사장 대우를 포함해 밀레니얼 세대인 1980년대생 여성 5명 등 총 8명의 여성임원(21%)을 승진시키며 역사상 최대 여성임원 탄생을 예고했다.
신임 임원 38명의 평균나이는 45세로 최근 2년 새 2살 낮아졌다. 젊은 인재의 발탁을 통해 그룹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한 배경은 CJ의 2세 경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이경후 부사장대우의 승진도 2세 경영을 본격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배제된 이선호 부장의 복귀 역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신임 임원 역시 38명으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총 78명이 승진 인사에 이름을 올리며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기업 의지를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CJ의 인사는 롯데와 신세계에 비해 파격은 아니지만 오너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인사였다”며 “그룹의 미래를 위해 CJ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들을 중용함으로써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해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