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전문직 최대한도 3억→2억
우리, 비대면 ‘직장인대출’ 중단
올해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은행들이 1억 원을 넘는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등의 유례없는 강도로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다. 대출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우려하는 정부가 은행권에 대출 총량 관리를 압박한 영향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연말까지 1억 원이 넘는 모든 가계 신용대출을 원칙적으로 막는다.
어떤 소비자가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집단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이 기존 신용대출 건과 더해 1억 원을 초과하면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은 같은 날부터 다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금리 등을 이유로 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는, 이른바 ‘타행 대환 주택담보대출’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여신의 한도(총량)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조치는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금융당국의 ‘연봉 8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 규제’ 지침과 비교해도 월등히 강도가 높은 것이다.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2억 원으로 낮춘다. 기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각 특정 직군별 상품에 따라 2억5000만~3억 원이었다. 최대한도가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1억 원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이뿐 아니라 다음 주 중 전문직 외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제한 방침도 내놓을 예정으로, 현재 내부적으로 구체적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조만간 전문직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11일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까지 중단했다.
다음 주부터 추가 대출 규제까지 실행되면, 금융소비자들은 연말까지 은행에서 억대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가계대출을 조이는 데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측은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한 사실을 지적하며 “10월과 달리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 당초(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특히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실패해 연내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진 2개 은행을 지목, 강하게 질책하며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월 한 달에만 9조4196억 원(657조5520억 원→666조9716억 원) 급증했다. 10월 증가액(7조6611억 원)보다 약 2조 원 많은 규모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이 지난달 13일 연봉 8000만 원 초과 고소득자의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예고한 뒤 가수요가 몰리면서 4조8494억 원(128조8431억 원→133조6925억 원)이나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