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탄소중립으로 요동칠 자동차 시장

입력 2020-12-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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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탄소중립 선언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숲의 조성이 한국형 탄소중립의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토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더욱이 컬러TV 놔두고 흑백화면 시청을, 자동차 놔두고 추운 날에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걱정은 13평이 4인 가족에게 안락한 주거환경이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시민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낭비요소 제거→효율성 향상→에너지 절감기술 개발→시민들의 자발적 라이프 스타일 변화의 순서로, 저투자를 요구하는 그리고 쉬운 방식부터 실행하고 마지막에 시민들의 협조를 호소한다. 이렇게 보면 돈 낭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전시성 사업, 다른 대안보다 사업성이 부족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공항 건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야 하는 행정 등이야말로 에너지 절감기술을 논하기 전에 먼저 제거되어야 할 낭비적 요소이다. 혹시 북한에 숲을 조성해 주고 탄소배출권을 사들이는 형태로 탄소중립을 실천할 생각이라면 이는 통일대책이지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 산업이 친환경적이거나 탄소중립에 가까운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에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선언적 의미를 떠나 탄소중립의 실제적 변화는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먼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석유의 50%를 소비하는 자동차 운행에서의 탄소배출 축소를 빼고서는 탄소중립을 논할 수 없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은 2030년 중반에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였는데, 이번 발표에 이런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오히려 의아하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당연히 전기자동차(EV)로 대체될 것이며, 탄소중립은 이의 적극 추진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V에는 배터리가 들어있는 전기차(BEV), 외부로 충전을 위한 전선이 없으며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함께 들어있는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외부로 충전을 위한 전선이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수소연료로 작동하는 전기차(FCEV) 등의 유형이 있다. 이 중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BEV로, 현대자동차의 BEV 전용 플랫폼 개발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리고 있다. 국내 그리고 해외업체로부터 수년 안에 30~40개의 모델이 국내 소비자에게 소개될 것이며, 지금 자동차 구매를 고려한다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의 60%는 BEV 생산에서 더는 필요 없어 부품 공급자를 포함한 후방 가치사슬 구성원들이 완전히 교체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이제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자동차를 평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요동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의 문제는 엔지니어들에게 해결책을 넘기고, 소비자가 맞닥뜨릴 후자에 집중해 보면 이제 자동차는 PC와 휴대폰을 고르듯 운영체제(OS)와 하드웨어(HW)를 분리하여 생각할 듯하다.

PC처럼 이미 자동차의 OS도 성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앞으로는 자율주행이 중요한 만큼 OS의 신뢰성이 소비자의 브랜드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혹은 구글 같은 제3의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OS와 HW에서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존의 전기차를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아니면 중고 전기차를 구입할 것인가를 두고 소비자를 고민하게 할 것이다. 즉 업그레이드의 용이성과 비용이 새로운 브랜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며, 관련 시장도 새롭게 조성될 것이다.

BEV의 주요 HW 부품, 즉 배터리, 모터는 상당히 표준화되어 있어 브랜드 비교 시 소비자들은 기본적인 성능면에서 별다른 차별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테슬라의 트럭조차도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2.2~6초에 불과하여 고성능 스포츠카의 성능과 별 차이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적당한 가격의 전기차 모델 확산이 고급 스포츠카 제조사에,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고급 이미지와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하는 BMW와 렉서스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불과 수년 전에 프리미엄 가격에 구입한 갤럭시 노트7을 지금은 사용하지 않듯이, 기술 발전으로 매년 더 짧은 충전시간에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신모델 출시는 수년 전 구입한 벤츠의 전기차보다 부유한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이 경우 고급 자동차 제조사는 일정 기간 최고의 성능을 보장하는 업그레이드 및 사후관리 보장을 소비자에게 확신시켜야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신차 출시 주기도 급격히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

‘빨리빨리’가 우리의 DNA인 만큼 탄소중립 시대의 전기차 산업에서 휴대폰만큼이나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정부는 관련 인프라 확충에, 그리고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탄소중립의 실천적 의미를 더 명확히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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