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100대 기업 3분기 누계 실적 분석…반도체 제외 시 영업익 -21.9%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예년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누계실적을 분석한 결과, 100대 기업 중 최근 업황 호조를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제외하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급감했다.
반면, 투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해도 같은 기간 -3.3% 소폭 감소에 그쳤다.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11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8% 증가한 35조9000억 원, 투자는 11.7% 증가한 49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선전에는 반도체 실적개선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3분기 누적 100대 기업 영업이익의 51.3%(18조4000억 원)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98개사의 영업이익은 17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1.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역시 23조7000억 원으로 3.3% 소폭 감소했다.
한경연은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반등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인한 착시효과 영향이 커 본격적인 경기 반등을 낙관하기는 아직 어렵다”라면서도 “다만, 악재 속에서도 기업들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기업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빚을 늘려 현금을 확보하는 경향을 보였다.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74조7000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23조3000억 원 증가했으나, 동시에 재무활동 현금흐름(-1조 원)과 현금성 자산(113조1000억 원)도 같은 기간 각각 11조8000억 원, 19조5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심리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증가해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지난 해(-4.3조 원) 마이너스(순유출)에서 올해(3조9000억 원) 플러스(순유입)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활동 현금흐름 증가 폭(8조2000억 원)은 영업활동 현금흐름(5조9000억 원)을 웃돌았는데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의 차입의존도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이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3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지속한 데 더해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을 비롯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전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투자·고용 → 생산 → 이윤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선제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