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석 확보까지 추진
세계 1위 시총 기업이지만 올해 다우지수서 쫓겨나는 수모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엑손의 실적 부진과 기후 변화 관련 미진한 대응에 분노한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사회를 전복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반발에 앞장서고 있는 신설 행동주의 투자자 업체 엔진넘버원은 엑손에 지출 대폭 삭감, 임원 보수 조정, 청정에너지 전환 모색을 요구했다. 엔진넘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과 영국 성공회 펀드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엔진넘버원은 미국 2위 연기금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과 영국 성공회 펀드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다른 행동주의 헤지펀드 DE쇼는 엔진넘버원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 실적 개선과 배당금 삭감을 요구하며 엑손을 몰아붙이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자본지출을 130억 달러(약 14조2000억 원)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올해 엑손이 책정한 자본지출 규모가 23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을 삭감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주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궁색해진 엑손의 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터 맥날리 써드브릿지그룹 애널리스트는 “엑손은 그동안 주주들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 왔다”면서 “그 주주들이 지금 엑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9년 미국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 XTO에너지를 41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패착으로 평가받는다. 천연가스 가격은 인수 당시보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엑손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기에 이르렀다. 결국 엑손은 92년 만에 미국 증시 벤치마크인 다우지수에서도 쫓겨나는 굴욕을 맛봤다. 엑손 주가는 올들어 지금까지 38% 하락했다.
주주들의 분노는 특히 기후변화 관련 엑손의 느림보 대응에서 폭발했다. 주주들은 엑손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공개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요구해왔다. 특히 엔진넘버원은 아예 이사 후보 4명을 공개하며 이사회 장악을 추진하고 나섰다.
엑손은 궁여지책으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엑손은 전날 2030년까지 메탄가스 등을 태우는 시추공의 일상적인 불꽃도 없애고 2025년까지 생산시설의 탄소집약도(CI)를 15∼20% 줄이겠다고 밝혔다. 탄소집약도는 소비된 에너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에너지 소비량으로 나눈 값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엑손은 내년부터 자사 제품 관련 탄소배출량 자료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배출량 감소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