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도 무역 우위 위해 자국 화페 가치 낮춰”
관찰대상국에 대만·태국·인도 추가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와 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를 통해 스위스와 베트남이 새롭게 환율조작국에 이름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관찰대상국 명단에는 대만, 태국, 인도가 추가됐다.
미국 재무부는 △1년 동안 200억 달러 초과의 현저한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1년간 GDP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환율조작국 및 관찰대상국을 평가한다. 3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에 걸리고, 2가지 조건을 갖추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스위스와 베트남이 조사 대상 기간인 지난 6월까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스위스 개입 가운데 적어도 일부가 국제수지 조정을 막기 위한 스위스 통화 프랑 가치를 억누르는 데 목적이 있었다”며 “베트남 역시 자국 화폐 가치를 낮춰 무역에서 우위를 획득하기 위해 일부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베트남은 지난 6월 기준 직전 1년간 대미 무역 흑자액이 전년도 470억 달러(약 51조4039억 원)에서 580억 달러로 급증했고, 외환 시장 개입 역시 GDP 1% 미만에서 5%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년 동안 대미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효과도 봤다. 스위스의 경우 프랑의 달러 대비 평가절상을 막고자 외환시장에 GDP 대비 14% 이상 개입했고, 무역흑자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인 510억 달러를 기록했다.
환율조작국 지정이 곧바로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역 관계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1년이 지나도 개선이 없으면 미국 기업 투자 제한 등의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관찰대상국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인도 등 10개국이 지정됐다. 미국과 패권 전쟁 중인 중국은 2019년 8월 환율조작국에 이름을 올렸다가 올해 초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을 계기로 해제됐다. 중국은 이번 보고서에도 관찰대상국에 남게 됐지만, 미국은 중국에 환율 관리에서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의 경우 대미 무역과 경상수지 요건에 걸려 이번에도 관찰대상국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환율 보고서에는 올해 6월까지 20개국과 지역을 대상으로 1년간의 환율 관행을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이번 환율보고서는 올해 처음이자 트럼프 행정부가 내는 마지막 환율보고서다. 원래 분기별로 발표되는 환율보고서는 올해 4월과 10월 공표가 예정됐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으로 인해 발표가 미뤄졌다. 지난해 하반기 보고서는 미ㆍ중 무역협상으로 발표가 올해 1월로 늦게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해당 보고서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작성됐다”며 “재닛 옐런 재무장관 내정자가 취임한 뒤인 내년 4월 환율보고서에서는 평가 결과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