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발효식초 생산 '향지촌'…농촌융복합산업 자리매김
특허 6개, HACCCP 등 인증…품질 인정 백화점ㆍ마트 입점
"고객 마음까지 행복하게 하는치유카페·농장 경영하고파"
“노후에 건강을 찾아 귀농했다가 숙명과도 같은 발효의 길을 보람으로 알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충남 논산 고즈넉한 곳에 자리 잡은 ‘향지촌’은 직접 자연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원재료로 천연발효식초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업체다. 현재 천연발효식초 20종과 발효액 7종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발효식초는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향지촌이 발효식초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창업주인 김석중 대표 부부의 실제 사례가 알려지면서다. 김 대표는 2003년 오랫동안 당뇨를 앓았던 남편과 함께 고향으로 귀농했다. 귀농 이후 남편의 건강을 위해 당뇨에 좋은 여주, 돼지감자, 가시오가피 등 다양한 약재를 직접 재배했다. 수확량이 늘어나자 김 대표는 남편과 함께 발효액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발효액을 먹던 남편은 점차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사연이 곳곳에 소개되자 주변의 반응은 뜨거웠다. 결국 2012년 자연스럽게 발효액을 만드는 향지촌을 창업하게 됐다. 하지만 창업 이후 곧바로 위기가 닥쳤다. 이듬해 한 TV프로그램에서 ‘발효액은 설탕물’이라는 방송이 나가면서 고비를 맞았다. 이때 김 대표는 만들어둔 발효액을 이용해 발효식초 생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발효식초는 향지촌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당뇨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작은 등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소비자들의 응원으로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효식초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단지 이들 부부의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 대표의 고집과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지금의 향지촌을 만들었다.
향지촌의 발효식초는 원재료인 여주와 수세미, 돼지감자, 가시오가피, 칡 등을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하는 수고로움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전통방식이 더해져 탄생했다.
식초는 당 발효, 알코올 발효, 초산 발효의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 식초는 당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농산물이 아닌 가공 재료를, 알코올을 발효하는 과정에서는 도수를 맞추기 위해 정제수를 이용한다.
하지만 향지촌은 이 과정에서 가공 재료 대신 발효액을, 정제수 대신 원산물을 덖어 우린 물을 사용한다. 또 초산 발효과정에서는 알코올 주정 대신 직접 전통 술을 빚어 배양시킨 종초를 고집한다. 집집마다 술을 빚어 먹을 때 가능했던 우리의 ‘전통방식’이다. 일제강점기 개인의 술 제조가 금지되면서 없어졌다가 이제 향지촌이 명맥을 이어 되살린 것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차별화를 위해 전통주를 담는 교육만 2년을 받을 정도로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원광디지털대학 한방건강학과에 입학해 약선 등을 공부하며 발효식품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도 쌓아나갔다.
김 대표는 “66세로 늦깎이 대학생이 되면서 주위에선 우려와 염려스러운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철인경기 같은 시간을 보내며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김 대표는 발효효소 교육지도사, 자연발표식품 1급 제조사, 식이지도사 등 무려 7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품질 차별화를 위한 노력은 6개의 특허를 비롯해 HACCCP,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혁신기업 등 다양한 인증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맛의 차별화를 위해 직접 전통주를 만들어 우리만의 초산균을 만들었다”며 “발효식초를 만드는 곳은 많지만 전통방식으로, 누구보다 청결하게, 가장 좋은 재료로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전통 제조 방식과 친환경 농산물 사용, 그리고 3년 미만의 식초는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는 철저한 관리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게 했고, 향지촌의 발효식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6차산업지원 판로 지원으로 가장 먼저 갤러리아 백화점 ‘아름드리숍’에 입점한 뒤 지금은 롯데백화점의 친환경 매장 ‘농부로부터’에도 입점하는 등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2014년 6000만 원으로 시작한 매출은 어느새 2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이제 김 대표의 포부는 향지촌만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과 많은 사람이 향지촌을 찾아 건강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향지촌은 대표적인 6차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 농촌융복합사업자 인증을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교육에 나섰고, 2018년부터는 충남농촌융복합산업대학 창업기술과정의 강사로 나서 후학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향지촌이 운영하는 체험교육에는 연간 8000명이 찾을 정도다.
김 대표는 “농촌융복합산업도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경쟁력이 없고, 독보적인 품질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창업 컨설팅은 물론 초창기 판로확보에도 큰 도움이 되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사업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가 전통 발효식초를 생산하고 알리는 사이 향지촌은 어느새 가업으로 발전했다. 둘째 딸 오윤정 씨는 부모님이 시작한 사업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뒤를 잇기로 결심한 것이다.
남편인 오복남 씨는 “장인정신과 함께 돈만 보고 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에서 지켜봐 왔고, 나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돼 2세 농부가 되기로 했다”며 “자연에서 나온 것만을 사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을 계속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과 가공을 넘어 체험과 관광 등 이른바 6차산업을 더욱 활성화 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오 씨는 “지난 10년 동안 황금 같은 결과물을 만들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우리 제품이 꼭 필요한 고객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알리고 싶다”며 “여력이 된다면 향지촌을 마음마저 힐링할 수 있는 치유농장으로 발전시켜 함께 경영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공동기획: 농림축산식품부ㆍ이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