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다세대ㆍ오피스텔 편중…아파트 중심 전세난 해갈엔 한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형 공공임대주택(공공 전세주택) 공급에 나섰다. 시장에선 양(공급 물량)과 질(주택 품질) 모두 전세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LH는 이달 21일부터 공공 전세주택 1만4299가구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ㆍ수도권 공급 물량은 4554가구다.
정부는 지난달 '11ㆍ19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세난 해소를 위해 월세로 운영하던 공실 상태의 공공임대주택을 한시적으로 전세로 운영하기로 했다. 모자라는 물량은 LH 등 공기업이 민간 다가구주택이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을 구입해 충당한다. 정부는 공급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주택 가구이면 소득에 상관없이 공공 전세주택 공급을 허용키로 했다. 6년까지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도 시세보다 최대 20% 이상 저렴하게 매긴다. 정부는 다음 달 정식 입주 신청을 받은 후 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1년 중 11ㆍ19 공급 대책 물량을 포함한 총 46만 호, 아파트 기준 총 31만9000호 등 기(旣) 마련한 공급 대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총력을 다 할 방침"이라며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평년 수준을 상회하는 입주 물량이 공급돼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공 전세주택 물량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LH가 22일까지 입주자 모집을 공고한 서울 지역 공공 전세주택은 274가구다. 인천도 115가구에 그치고 있다. 경기권에선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신규 택지에 공급이 몰려 있어 수원이나 성남 같은 대도시에선 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세로 놓을 공실이 소진되고 있다는 게 LH 설명이다.
유형도 한쪽에 편중돼 있다. 대규모 택지지구가 조성된 경기도에선 임대아파트 단지에서도 공공 전세주택이 공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LH가 서울에서 공개한 공공 전세주택은 모두 다세대주택과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이다. 임대 보증금이 2억 원 이하(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 기준)로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산된 현재 전세난을 해갈하기엔 한계가 있다. 지역 역시 서울 동북권과 서남권에 집중돼 있어 전셋집을 구할 때도 직장-주거 근접성을 선호하는 최근 전세 시장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
공급 주택이 편중되다 보니 주택 크기도 협소하다. 서울지역 LH 공공 전세주택 274가구 가운데 147가구(53%)가 가구당 전용면적이 주택법이 정한 3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인 36㎡에도 못 미친다. 독신이나 자녀가 없는 가구가 아니면 주거 환경이 법정(法定)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LH가 짓는 임대주택 단지는 2~3인 가구에 전용 46㎡형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미 지어진 민간 주택을 매입해 재임대하는 경우 이 같은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수요층과 빌라 전세 수요층, 아파트 전세 수요층은 확연히 구별된다"며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한 공공 전세주택이 주거 약자의 전세난을 더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현재 전셋값 불안의 진원지인 아파트 전세시장까지 진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세형 다세대주택은 가격은 저렴할 수 있으나 아파트가 주는 주거 쾌적성을 따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공공 전세주택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LH 등을 통해 매입 약정 방식으로 내년부터 2년간 민간 건설사로부터 공공 전세주택 4만4000가구를 사들일 예정이다. 미리 민간 건설사와 매입 계약을 맺고 주택 공사가 끝나면 LH 등이 이를 공공 전세주택으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매입 약정은 11ㆍ19 대책에서 정부가 공약한 공공 전세주택 공급 물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매입 약정 주택은 건설 단계부터 공공이 개입하기 때문에 민간 주도로 다세대주택 등을 지을 때보다 질적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측면이 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공공 전세주택의 질을 높이려면 공기업 주도로 짓는 임대아파트 만큼의 적정 주거 수준을 보장할 수 있도록 매입 단가를 높여야 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공기업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