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안법이 올해 시행된 이후 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실형 선고율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산안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현황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총 526건 중 자유형(실형ㆍ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은 8건(1.5%)에 불과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89건(16.9%), 무죄는 10건(1.9%)으로 집계됐다. 벌금형은 397건으로 전체 처리 사건의 75%를 차지했다.
자유형이 선고된 8건 중 징역 1년 미만은 3건, 1년 이상은 5건으로 분석됐다. 벌금형은 1000만 원 미만이 198건으로 가장 많았다. 300만 원 미만은 96건으로 이 중 1건은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500만 원 미만이 63건, 1000만 원 이상이 41건을 기록했다.
범위를 5년전까지 넓혀보면 2015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산안법 위반으로 처리된 4100건 중 자유형은 24건(0.58%) 뿐이었다. 연도별로는 올해를 제외하고 한 해에 자유형이 선고된 경우는 최대 5건을 넘지 않았다. 산업재해 사망자 2020명이 발생한 지난해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건씩 총 2건에 그쳤다.
기소 단계에서도 산안법 위반 처벌은 미미했다. 검찰은 지난해 접수된 산안법 위반 사건 중 1만1693건을 구약식(약식명령 청구) 처분했다. 구약식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정도가 약해서 법원에 벌금형을 처분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사실상 산안법 위반 사건 대부분이 벌금형으로 끝나는 셈이다. 검찰이 정식 재판에 넘긴 사건은 총 646건(구속 4건)에 불과했다.
현행 산안법은 사업주가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산안법 개정 당시 징역형의 하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상한을 ‘10년 이하’로 높이는 데 그쳤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내년 1월 산안법 위반 범죄의 양형 기준을 심의한 후 새로운 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산안법 범죄의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기존 과실치사상 범죄군에 포함된 산안법 범죄를 별도 대유형으로 분류할 계획이다.
이승원 서울남부지법 판사와 정재우 대전지법 천안지원 판사는 “무거운 상해가 발생한 경우 그 중요성과 예방 필요성을 감안하면 사망이란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일관성 있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안전ㆍ보건조치 미이행 치사죄의 경우는 권고 형량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적정한 형사처벌이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