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사업’과 연관있는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가파르다. 시중에 풀린 투자자금이 ‘전기차’ 관련주에 쏠리는 모양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추종 매수를 자제하고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4일 전기차 핵심 소재인 2차전지 관련주를 모은 ‘TIGER 2차전지테마’ ETF는 연 초 이후 89.5% 상승했다. 해당기간 코스피 상승률(25.5%)의 세 배 이상이다. 1월에는 하루 평균 10만주 가량 거래됐지만 지난 16일에는 339만주가 하루만에 거래됐다. 2차전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뜨겁다는 방증이다.
12월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세도 전기차 관련주에 쏠렸다. 12월 1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상위 종목은 삼성SDI(2685억 원), LG화학(2349억 원), LG전자(1593억 원) 등 전기차 관련주가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개인투자자들은 해외투자에서 전기차 관련주에 풀베팅 하는 모양새다. 12월 들어 순매수 상위종목을 보면 테슬라(4억7933만 달러·약 5285억 원)가 압도적이었고, 다음으로 ARK INNVTION ETF(ARKK)를 8048만 달러(약 887억 원) 순매수했다. ARKK는 Ark Invest(아크 인베스트)에서 만든 혁신 기업 ETF로 테슬라 투자로 유명해진 상품이다.
관련 수혜주로도 투자 열기가 옮겨 붙었다. 테슬라에 자체 부품을 공급하는 ‘명신산업’은 공모가 대비 600%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배터리 양극재 업체인 ‘코스모신소재’는 올해들어 주가가 두배 이상 올랐다. 자회사가 2차전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세방전지’ 주가는 11월 들어서만 122.5% 이상 급등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은 ‘전기차 사업’에 크게 반응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 부문이 주목받는 가운데 전기차가 미래핵심사업이 될 것을 자명해서다. 때문에 몸집이 큰 대형주도 ‘전기차’ 이슈에 주가가 요동친다.
LG전자는 지난 23일 전기차 핵심 부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가 12년 만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LG전자 처럼 몸집이 큰 종목의 상한가는 이례적이다. 이날 상승으로 LG전자 시가총액은 4조5000억원이 증가했고, 시총 순위는 코스피 23위에서 16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애플 역시 지난 21일(현지시간) 2024년까지 자체 설계한 자율주행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85% 상승한 131.88달러(약 14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애플 주가 상승으로 하루만에 시가총액이 620억 달러(약 68조3365억 원) 넘게 늘었다.
한편 ‘전기차 테마주’ 투자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됐고, 실제 수혜가 어느 정도의 규모일지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묻지마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도 문제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전기차 부품의 수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어렵다”면서 “실제로 매출이 얼마나 성장할 지 예상되지 않는데 추격매수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이어 관계자는 “마치 사업적 연관이 있는 것처럼 소문을 내서 주가를 부양하는 작전에도 조심해야 한다”면서 “종목에 대한 직접투자보다는 검증된 전기차 관련 기업을 담은 ETF 등으로 간접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