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 디자인 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팔란티어는 2003년에 창업한 벤처로 알렉스 칼브(Alex Karb)가 2004년부터 현재까지 수장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회사이다. 하지만 팔란티어의 창업자는 소위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페이팔 창업자)’ 중 가장 천재적인 멤버로 알려진 피터 씰(Pether Thiel)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동창들로 구성되었던 페이팔 마피아 멤버들은 페이팔 이후 세상을 바꾸는 벤처들을 성공시키는데, 테슬라(Tesla)를 비롯해 유투브(Youtube), 링튼(Linken), 옐프(Yelp) 등이 그 예다. 이중 가장 신박한 인물이 피터 씰이었는데, 그는 2003년 팔란티어를 창업한 후 바로 스탠퍼드 법대 학창시절 가장 절친이었던 알렉스 칼브를 불러 경영총괄 자리를 맡긴다. 이후 본인은 팔란티어를 진행시키며 다른 벤처의 투자자로도 활발히 움직인다. 페이스북이 초기 어려울 때 투자하여 마크 저커버그를 도와준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때 투자했던 약 5억 원의 지분은 지금 수조 원이 훌쩍 넘는 가치로 커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피터 씰이 창업가로서 독보적인 이유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준 비전과 이를 수행하는 능력 때문이다. 그가 말한 유명한 표현 중의 하나가 바로 “경쟁은 루저들이 하는 것(Competition is for losers)”이다. 이는 그가 종종 하는 스탠퍼드 벤처 강의에서 나온 말인데, 벤처의 성공은 독점(monopoly)이 가능한 마켓에서 이루어지며, 독점이 가능한 마켓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혁신마켓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을 생각하고 걱정한다는 것은 벌써 이런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지 못한 실패자라는 것이다. 실제 페이팔도 팔란티어도 창업 당시 현 마켓에서 기존 회사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로, 또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능력으로 성공시킨 모델들이다.
페이팔을 진행하며 벤처의 총괄경영에 지친 그는 친구를 불러 팔란티어의 수장을 맡기는데, 여기서도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기준으로 선택을 한다. 사실 알렉스 칼브는 스탠퍼드 법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돌아가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팔란티어가 최첨단 소프트웨어 기술로 빅데이터 분석 통합을 하는 서비스 회사라는 점을 생각할 때, 관련 기술에 대해 그리 큰 지식이 없는 사람을 최고 책임자로 맡긴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팔란티어의 핵심 서비스를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상품 개발이 아닌, 데이터 분석으로 인간행동과 의사결정의 의미를 도출해 기업의 주요 사업을 돕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리 본다면 철학박사라는 조건이 수장의 적절한 경력이 될 수 있다.
피터 씰의 경영 철학도 독특한데, 우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15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지 않는다. 작은 벤처 CEO들도 30만 달러가 훌썩 넘는 연봉을 요구하는 것에 비하면, 이렇게 성공적인 회사가 이 정도의 급료로 능력 있는 경영자들을 지킨다는 것이 신기하다. 피터 씰은 경영자의 연봉이 15만 달러를 넘어가면 경영자가 아니라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정치가로 변한다고 믿고, 연봉을 적게 주는 대신 넉넉한 주식 옵션을 주는 방향을 택한다. 이번 팔란티어의 주식 상장 방식이 다른 회사와 조금 다르게 진행되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회사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지분 때문이였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부와 능력을 가진 피터 씰은 벤처 투자 결정을 할 때 거들먹거리는 창업자를 싫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금 안다고 인터넷에서 자랑질을 한다든가, 고급 사무실에서 벤처를 진행하는 창업자들도 철저히 무시했다. 미국인이 아니라 독일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겸허함을 중요시하고 아무리 성공가도를 달린다 해도 배고픔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창업자들은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 벤처 투자자로서도 엄청난 성공을 이룬 그의 성과를 보면 이런 평가 기준들이 그리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