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정 건조업에서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하던 에이치엘비가 신약의 라이선스 판매에도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기술 수출 금액을 비롯한 계약 내용을 공개 하지 않은 에이치엘비는 연간 500억 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투자자들의 위축된 심리가 약세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에이치엘비에 따르면 전날 미국 소재 자회사 엘레바(Elevar Therapeutics)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사 인셉투아(Inceptua) 그룹과 난소암 치료제 '아필리아(Apealea)'의 유럽 판매 및 공급을 위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 스웨덴 바이오 기업 오아스미아(Oasmia Pharmaceutical)로부터 아필리아의 글로벌 권리를 이전 받은 엘레바는 아필리아의 유럽 지역 판매권을 따냈다.
아필리아는 백금계 약물 감수성이 있는 난소암, 복막암, 나팔관암에 대해 카보플라틴과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사용 승인받은 파클리탁셀(Paclitaxel)의 3세대 개량 신약이다. 유럽에서는 파클리탁셀 개량신약 중 난소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앞서 24일 에이치엘비는 자회사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중국 항서제약으로부터 도입한 표적항암제 '파이로티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HER2 변이성(엑손20 삽입) 비소세포폐암(NSCLC) 임상3상을 승인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이치엘비는 이미 항암치료제 2종의 판매권을 획득하고 유럽에서 첫 성과가 예견된 상태였음에도 주가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 올해 9월 21일 최고 13만3800원을 기록 당시 대규모 거래량과 함께 긴 윗꼬리를 달며 투자 심리 고점의 징후를 나타냈다. 이후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며 8만 원대까지 하락한 후 9만 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아필리아와 파이로티닙 등 2종의 일정이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것이 호재로서 약했다는 시장의 반응이다.
에이치엘비의 바이오 사업 확장이 인수합병(M&A)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바이오 후발주자로서 M&A를 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신약개발의 시간과 비용, 실패를 감당할 수도 없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그동안 에이치엘비는 구명정 건조업을 사업을 기반으로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신약 파이프라인 부재로 수년간 영업손실 기록 중이다.
에이치엘비의 연결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2017년부터 261억 원, 2018년 293억 원, 2019년 487억 원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35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적자 폭이 더 큰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영업손실 500억 원을 넘길 수도 있다.
이번 아필리아 판권 수출도 판매사와 수익 비중 계약 조건이 밝혀지지 않아, 내년도 손실 규모 축소가 어느 정도일 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라이선스 수출 소식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열사를 이끌 전문성 있는 인사의 부재도 해결 과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양곤 에이치엘비그룹 회장은 에이치엘비와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등 2개 계열사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바다중공업, 에이치엘비셀, 에이치엘비파워, 코르키 등 총 14개 기업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김용웅 에이치엘비 감사도 화진메디칼, 에이치엘비네트워크 등 8개 기업의 감사를 겸임하고 있다. 이 밖에 김욱, 도순기, 전복환 등이 최소 3개 이상 계열 기업의 이사로 겸직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올해 라이선스 계약 이후 내년 본격적으로 매출이 일어날 것이지만, 연간 실적에 어느 정도 기여할 지 알 수 없다"며 "아필리아 계약 조건에 대해 밝힐 수 있을 시점이 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