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지나친 규제, 실효성 없어"…시민단체 "안전 후퇴 행위 중단해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위반 단속 시행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 발의 등 화학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화평법ㆍ화관법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 구미 불화수소산 가스 누출사고를 계기로 2015년 화학물질 관리를 강화하는 목적으로 도입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고려해 유예했던 화관법 위반 단속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화평법의 경우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10월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등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화학 업계에서는 이런 규제들이 기업들에 부담만 되고 실효성은 없다고 지적하는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법의 엄중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29일 환경운동연합은 화학물질안전원과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2014년 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화학사고 613건을 분석한 결과 LG그룹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그 뒤로 SK(8건), 롯데(8건) 등 순이다.
3건 이상 화학사고 발생 기업은 16곳이었고, 2건 이상 반복해 화학 사고가 발생한 업체도 26개에 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내용을 토대로 화관법 등 규제 시행 이후 사고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상당수 기업에서 반복적인 사고와 인명피해는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제계에서 관련 정책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국내 화학물질 안전관리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는 순간 화학사고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화학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반성 없이 산업계에서는 화학물질 관리제도를 마치 기업을 죽이는 법이라며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발생한 화학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법이니만큼 정부와 기업은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후퇴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업계에서는 화관법, 화평법 등이 실질적인 사고 방지 효과는 미미하고 기업들 부담만 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내년 화관법 단속을 시행할 경우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관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업체당 평균 1800만 원의 공사비가 들어가는데,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정기검사에서 화관법 불이행 사실이 적발되면 대표이사는 최고 5년 이하 징역 및 1억 원 이하의 벌금, 회사는 영업정지 등을 당한다.
규제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화학회는 지난달 `소재ㆍ화학산업을 살려줄 화평법ㆍ화관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화평법에 따라 화학물질의 위해성 정보를 평가해서 정부에 등록하는 것으로 국민 안전과 환경 보호의 현실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보의 생산과 활용에 투입하는 자원을 산업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안전 관리에 필요한 시설ㆍ제도ㆍ인력 확보에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정보를 등록한다고 안전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며 "최근 화학 업계의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데, 이런 경직된 규제 환경에서라면 국내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