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에 있는 공인중개업소들엔 요즘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일대에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조합원 입주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빌라(연립ㆍ다세대주택) 구입 문의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5억7000만 원에 팔렸던 전용면적 83㎡짜리 원효로1가 한 빌라는 현재 몸값이 8억7000만 원 넘게 올랐다.
공공재개발이 이른바 빌라 매매시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적은 투자금으로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탓이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성을 갖춘 재개발 구역에 분양가 상한제 면제, 용적률 상향, 인ㆍ허가 간소화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대신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을 시행사로 참여시키고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나는 주택 20~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원효로1가에선 지난해 공공재개발 추진을 결정했다. 규제 완화로 재개발 속도를 높이고 사업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역 내 노후 빌라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원효로1가 W공인 관계자는 "권리 산정일을 넘겨 입주권을 못 받는 전용 30~40㎡짜리 빌라들까지도 이젠 5억 원이 넘는다"며 "이번에 공공재개발이 안 돼도 2, 3차 후보지 공모도 있고 이 기세를 몰아 민간 재개발도 추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기대감에 빌라 매매값이 오른 건 성북구 성북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성북1구역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에선 전용 70㎡짜리 지하집이 5억2000만 원을 호가한다. 2019년 말 같은 층, 같은 면적이 2억5500만 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년 여만에 값이 배가 올랐다. 2004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성북1구역은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공공재개발에 도전했다.
지난해 5월 공공재개발 제도가 처음 발표될 때만 해도 재개발 구역에선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이유로 공공재개발 사업에 시큰둥했다. 하지만 하반기 주택난과 함께 정부 규제 드라이브가 심화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토부는 공공재개발을 흥행시키기 위해 애초 계획과 달리 과거 재개발 구역이었다 해제된 지역까지 공모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빌라값이 본격적으로 들썩이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재개발 길이 열리고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 주택 가격이 오르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면서도 "하지만 재개발 사업 추진까지 변수도 많고 시간도 제법 걸릴 수 있는 만큼 섣부른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