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을 넘나드는 3차 재유행이 시작되자 의료계에선 감염 공포에 ‘혈액 부족’ 공포까지 덩달아 커졌다. 통상 혈액보유량이 5일이 돼야 적정하다고 평가하지만, 재유행 이후 헌혈자가 급감하면서 2.8일까지 떨어져 ‘주의단계’에 이른 것. 주의단계 상황이 지속하면 응급수술을 제외한 일반 수술이 미뤄지거나 취소될 수 있는 만큼 이례적으로 헌혈동참 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헌혈자를 확보하는 것이 절실할 때 최성은(52) 지구촌교회 담임목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지구촌교회는 지난해 3월과 6월 두 차례 헌혈을 통해 부족한 헌혈보유량을 채우는 데 동참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지구촌교회뿐 아니라 다른 교회까지 합세해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섰다. 한국 개신교 ‘사귐과 섬김‘ 15개 교회는 한마음혈액원 등과 함께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4월까지 ‘대한민국 피로회복’ 헌혈캠페인을 진행한다.
최 목사는 “지난 15년 동안 부활절 전 고난주간에 맞춰 헌혈 캠페인을 해왔는데 작년 2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혈액량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계속 접했다. 3월엔 교회 직원 등 200여명, 6월에는 청년층 200명이 헌혈했다. 안전 문제로 성도들의 참여는 미뤄왔는데 이번에 혈액보유량이 주의단계로 떨어져 성도들도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에는 지구촌교회, 선한목자교회, 할렐루야교회, 동안교회 외 10개 교회가 함께 참여한다. 이 외에 캠페인 진행 소식을 듣고 동참 의사를 표한 교회도 여럿이다. 최 목사는 “특히 크리스마스 즈음한 24일부터 2주간 1500명이 헌혈에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캠페인을 통해 모인 혈액은 혈액제제와 혈액검사의 과정을 거쳐 의료기관(종합병원, 대학병원, 기타 중소병원)으로 공급된다.
최 목사는 이번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한국 교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라고 꼽았다. 교회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하나둘 나오면서 헌혈을 위해 성도들이 모이면 나눔을 위한 실천이 아닌 집단감염의 시작으로 비칠까 우려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헌혈을 위해 교회에 모인 사람들을 신고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최 목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회의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진 점이 느껴졌다. 좋은 일을 하겠다고 모였는데도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올까봐 걱정이 많았다. 교회마다 사람들이 모인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우리 교회에도 실제 경찰들이 왔었다. 하지만 헌혈하는 장면을 보고 그냥 가곤 했다”라고 전했다.
최 목사는 4개월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대한민국 피로회복’ 헌혈캠페인에 지속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최 목사는 “우리 교회뿐 아니라 각 지역의 교회들, 성남 교회 연합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부활절까지 진행되는 이번 ‘피로회복 캠페인’을 통해 코로나19로 피로가 쌓인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