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보건교사 137명 선별진료소 투입…"선별진료소 일손 부족하다는데, 우리도 의료인"
학기 중에도 학생 발열 확인ㆍ유증상자 격리 방역업무 도맡아
“민간 의료진이 투입되고, 군 의료진도 투입됐는데 여전히 선별진료소 일손이 부족하다고 한다. 우리도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의료인인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배화여중의 강혜원(33·여) 보건교사는 겨울방학 중 선별진료소에 자원봉사를 나간다. 그는 “학기 중에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 외부활동이 제한됐는데, 방학 땐 그나마 여유가 생기니 짧은 기간이지만 힘을 보태겠단 마음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강 교사처럼 겨울방학을 활용해 선별진료소에 자원봉사를 나가는 보건교사는 전국적으로 150명이 넘는다. 이 중 137명이 5일부터 전국 선별진료소 등에 투입돼 무보수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 보건교사들로 구성된 보건교사회에서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하고자 자원봉사를 지원했고,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에서 자원봉사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서 79명, 영남권에서 29명, 호남권에서 5명, 충청권에서 19명, 제주권에서 5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보건교사는 간호사 면허 소지자로, ‘의료법’상 의료인에 해당한다.
기존에도 대한의사협회 재난의료지원팀에서 민간 의사 1200여 명을 모집해 지난달 17일부터 의료기관에 총 66차례 인력을 지원했고, 대한간호협회에서 유휴 간호사 등 5300여 명을 모집해 765명을 현장에 지원했다. 그럼에도 임시 선별검사소 확대 등에 따른 진단검사 확대로 선별진료소의 인력난은 여전하다. 이주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한파는 근무환경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방학을 반납한 보건교사들의 지원은 단기적으로나마 방역활동에 큰 힘이다.
특히 보건교사들의 자원봉사 참여는 이들이 현직에 종사하고 있고, 수당 등 별도의 보상이 없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초·중·고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겨울방학 기간도 2주 내외로 줄었는데, 이마저 휴식 대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반납한 것이다.
그렇다고 학기 중 근무강도가 낮았던 것도 아니다. 보건교사들은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 확인과 학생 발열확인, 유증상자 격리 및 선별진료소 안내를 도맡았다. 강 교사의 학교도 학부모와 외부 출입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방역에 비상이 걸렸던 때가 있었다. 강 교사는 “교사 중 일부가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고, 그것도 우리가 관리했다”며 “업무량이 늘어나니 힘들 때도 있었지만, 우리뿐 아니라 모든 교사가 방역에 동참하면서 함께 고생했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28일부터 현장에 나갈 예정이다. 그는 “2월에도 보건교사회에서 자원봉사 인력을 모집하면 지원해 설 연휴 전후로 봉사활동을 하려고 한다”며 “학교 입장에서도 보건교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학교 방역에 공백이 생기는 문제가 있지만, 현 상황의 심각성과 보건교사들의 지원 취지를 고려해 많은 학교에서 흔쾌히 자원봉사를 허락해줬다”고 설명했다.
느닷없이 보상도 없이 선별진료소에 나간다고 하니 주변의 걱정도 많다. 서울에는 3년 만에, 제주에는 57년 만에 한파경보가 발령됐다.
강 교사는 “가족들도 날씨도 춥고 일도 힘든데 괜찮겠냐고 걱정한다”며 “하지만 기존에도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던 의료진들에겐 그게 일상이었다. 우리가 방학 동안 며칠씩 나가는 건 그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우리가 특별히 고생한다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