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울수록 ‘발달 저하’ 커…"저학년들, 최대한 등교해 상호작용 배워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초등학생들의 키는 훌쩍 컸지만 생각과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교육계에서는 ‘학습 격차’에 이어 ‘발달 격차’를 주목하고 있다.
7일 교육현장에 따르면 등교 일수가 줄고 다양한 활동 등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감각, 정서 발달의 기회를 놓치는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기획실장은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해도 ‘무반응’이거나 ‘미반응’이라는 의견이 많아졌다”며 “학생들이 글씨를 쓰거나 가위질, 종이접기 등을 하는 조작 활동도 예년 학생들보다 눈에 띄게 서투르다는 이야기도 많다”고 말했다.
'발달 격차'는 신체와 감각, 정서 활동에 따라 학생 간 벌어지는 결손 및 차이를 뜻한다. 최근 국가교육회의는 ‘학생의 발달 특성에 대해 이해를 하는 교사’의 덕목이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부모 관심도와 경제력 등 가정환경에 따른 학생 간 학습 격차·발달 격차 현상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발달 격차 문제는 학습 격차에 비해 인식이 부족하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천 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지는 교육 격차에 대해 학습격차만 이야기하는데 사실 학습격차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차이를 어느 정도는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발달 격차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적합한 시기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신체와 인지, 정서 발달이 이뤄지려면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타인과 상호작용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일수록 발달 저하가 더 심해진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저소득층의 경우 부모가 생계에 힘쓰기 때문에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적어지고 자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늘게 되면서 사람이 아닌 스마트기기, 기계와 상호 작용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며 “이렇게 되면 능동이 아닌 수동적 주의력이 늘게 되고 학교에 가끔 오더라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낯설다”고 강조했다.
신체 발달도 마찬가지다. 천 정책기획실장은 “움직임이 부족하면 산소가 부족하고 뇌의 발달이 지체돼 신체나 발달 격차가 곧 학습 격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만큼은 대면수업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천 실장은 “초등 저학년은 학교에서 상호작용과 신체 활동이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저학년부터라도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여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식은 온라인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으로 학습하고 학교에서는 동료 학생들과 프로젝트, 토론, 실험 등 협업 활동을 해야 한다”며 “돌봄, 사회화, 코칭 등 학교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