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문체부에 더해 방통위까지…“이중 삼중 규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지상파방송, 유료방송 플랫폼 등과 한 데 묶어 법제화를 하겠다고 나서자 OTT 업계가 ‘중복 규제’ 우려를 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OTT 관련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방통위가 주도권을 뺏기기 싫어 나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방통위는 6일 제5기 방통위 비전과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법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에는 지상파방송, 유료방송 플랫폼, OTT 등이 모두 포함된다. OTT의 성장으로 미디어 간 융합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디어 규제 체계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방통위는 해당 법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 다만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레거시 미디어와 OTT가 서비스 내용상 차이가 없다면 동일하게 규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 위원장은 “같은 것은 같게 규제되고 다른 것은 다르게 규제돼야 하는데, 지금 방송미디어산업에는 그렇지 않은 측면들이 존재한다”며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는 ‘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는 법적으로도 같은 내용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브, 왓챠, 티빙 등 토종 OTT 업계에서는 이 같은 법제화가 추가 규제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이미 과기정통부와 문체부에서 OTT의 정의와 구분 등을 담을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해 정책 비전으로 방통위가 OTT를 포괄하는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문체부 등에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는 것으로 비친다”며 “어떻게 법을 만드는지 알 수는 없으나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해외 사업자와 차별적으로 규제를 받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방향성만 제시한 것일 뿐 법제화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기존 방송법에 OTT를 포괄하는 방향은 아니라는 점이다. 2019년 여당에서 OTT를 방송법에 넣어 규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당시 OTT 업계는 토종 OTT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며 크게 반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제화에 관해 “현재 연구 중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기존 방송법에 OTT를 포함하는 방향은 아니고 새로운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OTT 업계는 방통위가 지난해 OTT 정책 협의회를 만들어놓고도 이번 법제화와 관련해 소통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는 “협의회를 만들었는데도 왜 의견도 안 묻고 진행하는지, 현시점에서 왜 필요한 법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기정통부와 문체부 법안에 더해 방통위 법안으로 이중, 삼중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했다. 그는 “법이 생기면 그에 따른 자료 제출 의무 등이 추가돼 부처별 관리를 받게 될 수 있다”며 “서로 규제하겠다고 난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손질해 OTT 산업을 진흥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은 OTT 사업을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했다. 또, 과기정통부 장관은 해당 사업자의 신규 진입 신고, 사업 양수도 등의 신고를 받은 뒤 3개월 이내에 그 현황을 문체부 장관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10월 입법예고를 마치고,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며 올 상반기 내로 국무회의 통과가 점쳐진다.
문체부 소관인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안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로 국회에 발의됐다. 문체부와 논의해 발의된 법안으로 OTT를 포함한 영상미디어 콘텐츠의 개념 등을 정립하고, 관련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취지를 담았다. 이 법에는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자율등급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비디오물의 경우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처럼 유료이면 현재는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OTT 플랫폼에 선 공개된 뒤 지상파 채널에 편성되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지상파 채널에 편성된 콘텐츠는 심의에서 사전 규제가 아닌 사후 규제를 받게 돼 있어 불평등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OTT 업계는 자율등급제 등 규제 완화 부분은 정부가 지난해 추진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진도가 나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문체부와 OTT 업체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등 관계자와 해당 내용을 논의했는데 영등위도 OTT에 사전 심의를 적용하는 해외 사례가 없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문체부는 올해 하반기쯤으로 추진을 생각하며 기간을 넉넉히 잡고 있더라”라며 “시행령 등으로 의지만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인데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