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 탄핵 추진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자신의 연설이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발언은 완전히 적절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의 멕시코 국경장벽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발언은 6일 의사당 난입 사태가 일어난 후 트럼프 대통령의 첫 현장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정말 터무니없다”며 “정치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또 “그들이 하는 일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은 우리나라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고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하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대선 결과를 확정하기 위해 열린 6일 상·하원 합동 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키도록 부추겼다는 ‘내란 선동’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의사당 난입 직전 열린 집회에서 “우리는 의회로 갈 것”이라며 “힘을 보여줘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고 발언해 사실상 시위대의 의회 난입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오히려 다른 고위급 정치인들에게 돌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이후 “지난해 여름 포틀랜드와 시애틀에서 일어난 끔찍한 폭동에 대한 고위급 정치인들의 발언이야말로 진짜 문제가 있다”면서 “하지만 내가 말한 단어나 마지막 문장까지 다 살펴본다면 (연설은) 완전히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에 대해 책임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내가 말한 것은 완전히 적절했다”며 폭력사태 선동 책임을 부정하면서도 “우리는 폭력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다시 소요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워싱턴D.C.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정지한 데 대해 “빅테크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러한 조치가 다른 나라들도 같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큰 실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