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없이도 큰 폭 성장
3나노 제품 양산 위해 설비에 280억 달러 투자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TSMC는 설비투자를 대폭 늘려 성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TSMC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3615억 대만달러(약 14조1816억 원)라고 밝혔다. 순이익은 23% 늘어난 1427억 대만달러였다. 시장 예상치 1375억 대만달러를 훨씬 웃돌았다. 분기 기준, 매출과 순이익은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추세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에 쓰이는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특히 주요 고객이었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 없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4분기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한 비중은 6%로, 직전 분기의 22%에서 급감했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새 제재를 부과한 영향이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제3국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의 기술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경우 화웨이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는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제재가 나온 지 3일 만에 TSMC는 화웨이의 신규 발주를 거절했다. 화웨이가 이전에 이미 주문한 물량이 9월 중순에 모두 출하되고 난 후에는 화웨이와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
반도체 수요 증가 추세를 고려, TSMC는 설비투자를 대폭 늘려 동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 5㎚(나노미터) 미세 공정 매출 비중이 상당히 높았던 만큼 관련 설비투자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TSMC는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47% 가량 늘린 최대 280억 달러(약 30조7608억 원)로 책정했다. 투자액의 80%를 차세대 초미세 공정인 3나노에 투입, 시험 생산과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영국 기술전문 시장조사기관 아레트리서치의 브레트 심슨 설립자는 TSMC의 투자액에 대해 “엄청난 숫자”라며 “경제 회복과 장기적인 성장을 향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TSMC의 투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