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몰고온 집밥 열풍에 피자, 만두 등 냉동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활발하다.
1~2강 체제가 굳건한 일부 냉동식품 및 가정간편식 시장에 신규 업체가 제품군을 강화하며 2위 경쟁까지 치열해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HMR 수요에 맞춰 에어프라이어, 와플 제조기 등 냉동식품 제조기까지 급부상해 관련 식품 시장이 커진 점도 시장 성장 배경으로 풀이한다.
19일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10월 기준)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1170억 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850억 원)보다 36% 커졌다.
오뚜기가 처음 냉동 피자를 선보인 2016년 당시 이 시장은 90억 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350억 원, 2017년 1080억 원, 2018년 1220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시장이 커지자 풀무원, CJ제일제당 등이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현재 냉동 피자 시장은 오뚜기와 CJ제일제당, 풀무원 ‘1강 2중’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오뚜기는 1등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시장 참여로 2017년 시장점유율 70% 정점을 찍은 이래 2018년 65.6%, 2019년 56.2%, 2020년 44.6%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오뚜기의 아성을 위협하는 건 CJ제일제당이다. 2018년 인수한 미국 냉동 피자 2위 업체 슈완스와 협력해 내놓은 프리미엄 냉동피자 라인 ‘고메 프리미엄 피자’가 주인공이다. 제품 개발단계부터 슈완스와 협력해 도우, 소스, 토핑을 전면 업그레이드해 냉동 피자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CJ제일제당의 시장점유율은 2018년 23.8%, 2019년 29.9%로 점차 확장 중이다.
여기에 풀무원까지 가세했다. 2019년 ‘노엣지 꽉찬토핑‘을 앞세우며 냉동 피자 시장에 등장한 풀무원은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 21.3%로 CJ제일제당(23.2%)을 턱밑 추격 중이어서 2위 쟁탈전도 만만치 않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연구원은 "냉동피자는 값싼 가격과 1인 가구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지난 2~3년간 오뚜기 냉동피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2019년 들어 냉동 빵, 냉동 생지 등 다양한 냉동 간편 간식이 피자를 대체하면서 시장은 정체기에 들어섰다"라면서 "그러다 지난해 냉동피자 시장에 새로 뛰어든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코로나19로 식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다시 반짝 성장을 누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특히 활황을 누린 만두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지며 어느때보다 뜨겁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비비고 만두의 국내외 총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11월 기준) 국내 만두 시장은 4832억원으로 CJ제일제당이 이 가운데 45.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굳히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업계 중위권에 머물던 풀무원은 2019년 3월 출시한 ‘얇은피 만두’가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며, 단숨에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른바 만두 시장에서의 ‘피의 전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오뚜기도 프리미엄과 독특함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만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9년 고급 속 재료를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군 ‘X.O.만두’ 제품군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비건 소비층을 겨냥해 ‘그린가든 만두’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후 어묵을 활용한 만두피 ‘X.O. 어묵만두’, 오뚜기 인기 라면 제품인 ‘진짬뽕’과 콜라보한 ‘진짬뽕 만두’, ‘X.O.교자 김치’를 잇달아 출시하며 변주 중이다.
HMR 제품군 강화에 나서는 하림의 행보도 눈에 띈다. 하림은 최근 즉석밥 ‘집밥’을 프리론칭하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어 라면 출시를 준비 중이며 국·탕·찌개 등 HMR 제품을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다.
즉석밥, 라면은 2018년 전북 익산에 착공한 하림푸드컴플렉스에서 생산된다. 총 3만6500평에 달하는 이 공장은 현재 거의 완공된 단계이며 천연 조미료, 소스, 즉석밥, 라면 등의 HMR 제품들이 만들어진다.
하림이 즉석밥, 라면 시장에 도전하면서 향후 관련 시장의 판도변화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변관열 하림지주 부장은 “하림은 식품 소재를 만들어 푸드 서플라이체인을 관리하는 기업”이라면서 “앞으로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최종 제품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결과물로 봐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