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개막] 한미·북미 외교 향방은 어디로

입력 2021-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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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강화는 긍정적…방위비 협상 조기 마무리 전망
한일 관계 정상화 압박은 커질 듯
외교·안보 라인에 ‘북한통’ 대거 포진…대북 문제 해결 의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19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국 외교가 갈림길에 섰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 자리의 주인이 바뀌면서 한국의 외교도 커다란 변화에 직면했다. 그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미 관계를 살펴보면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권은 한미동맹 강화와 과도한 주한 미군 분담금 강요 완화 측면이 한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로 중국에 맞선다는 구상 속에서 한국은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을 우려가 있다. 아울러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 정상화 압박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대북 외교에서 바이든 정권은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베테랑들을 다수 기용, 비핵화 문제 등에 강력한 해결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가치 동맹’을 중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들은 한미동맹을 ‘거래’의 관점으로 보고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와는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는 한미 분담금 협상이나 주한미군 주둔 문제 등에 있어 전 정권에 비해 한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전 발표한 정강 정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내 북핵 위기 고조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의 분담금을 대폭 늘리기 위해 한국을 ‘갈취(extort)’하려고 했다”며 “우리는 절대로 동맹국들에 ‘보호비(protection rackets)’를 달라고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도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향후 인도·태평양 동맹을 심화·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의 협상 조기 타결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동맹 중시’는 한국에 또 다른 압박으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와 동맹 복원을 주창하면서 대중국 견제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역내 전략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압박도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임기 동안 악화한 한일 관계에 대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과 달리, 바이든은 취임 전부터 한일 갈등 해소 의지를 보였다. 그는 대선 유세에서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한일 관계의 ‘불화(odd)’를 불러일으켰다”고 비난했다. 국무장관으로는 과거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한미일 삼자 관계 강화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발탁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국무부 정무차관 시절인 2015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제네바/AFP연합뉴스
북한은 ‘강적’을 만나게 됐다는 평가다. 바이든은 외교·안보 라인에 대북 정책에 익숙한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거 기용, 대북 문제 해결 의지를 나타냈다. 차기 행정부의 국무부 주요 인선 면면을 보면 ‘북한통’들이 포진해 있다. 블링컨은 오바마 정부 말기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하며 ‘전략적 인내’를 중심으로 한 대북 정책에 깊숙하게 관여한 인물이다. 국무부 이인자인 부장관에 지명된 웬디 셔먼도 대북조정관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다. 셔먼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평양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그는 오바마 2기 때 이란 핵 합의의 산파 역할을 했던 ‘핵 협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바이든이 쉽사리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꾀할 것 같지는 않다.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추구하는 데다가, 북한 인권 문제와 핵무기 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극적인 관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작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초반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박과 모욕을 서로 주고 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후 3차례의 직접 회담과 20여 통의 서한을 주고받으면서 ‘이상하고도 훌륭한’ 궁합을 뽐낸 바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절차와 명분을 중시하는 외교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 때와 같은 ‘깜짝 북미 정상회담’ 등 파격적인 이벤트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바이든 본인도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김 위원장을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바이든이 북한의 협상 전략과 전술을 숙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권 초기 북한의 도발 등 대미 압박 외교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즉 트럼프 임기 초인 2017년 ‘분노와 화염’의 시기처럼 양측이 극한 충돌로 치달을 위험이 적어지는 것이다.

바이든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 정책을 지지했다는 것과 블링컨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상당히 열린 모습을 보인다는 점 또한 북미 외교가 긍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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