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한 휘발유가 원유보다 싸다니....

입력 2008-12-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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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수익 악화에 판로 축소로 고민 장기화

#. 지난 5일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38.91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날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휘발유(92RON 제품 본선인도 가격 기준) 국제가격은 배럴당 33.1달러였다. 원유 가공 후 생산되는 휘발유 가격이 원자재인 원유보다 무려 5달러 이상 낮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GS칼텍스는 총 3조원을 투자해 오는 2010년 말 완공 목표로 전남 여수공장에 건설하고 있는 제3중질유공장 중 유동식접촉분해시설(FCC) 공장 건설을 2년 늦춘 2012년 말 완공키로 하고 이달 중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FCC는 벙커C유를 재처리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시설로, 휘발유 수율이 높은 설비다. GS칼텍스가 FCC 공장 건설을 연기한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휘발유 소비가 급감하는 등 채산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실물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출효자 노릇을 하던 정유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보다 낮은 기현상이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경기 침체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도 감소하는데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환환손실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겹쳐있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이 국제 유가를 하회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을 괴롭히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주력 수출품목인 휘발유, 경우, 나프타의 국제가격은 5일 현재 각각 배럴당 33.1달러, 62.82달러, 26.7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8.91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휘발유가 원유보다 5.81달러 더 비싼 상황이다. 역마진율이 무려 15%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이러한 가격역전 현상은 지난달 5일부터 시작됐다. 올해 들어 3~4일 정도 일시적으로 가격이 역전된 적이 있지만 한 달 이상 휘발유 가격이 원유 가격을 밑도는 것은 처음이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의 기초 유분인 나프타 가격 역시 한 때 배럴당 125달러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석유화학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폭락한데다 팔 곳을 찾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이 같은 가격 역전은 정유사들의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석유제품 중 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는 원유 제품보다 가격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휘발유를 생산할수록 손해를 본다고 해도 생산을 중단할 수는 없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의 석유제품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어느 한 제품만을 생산하거나 줄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세계 50%의 휘발유 수요국인 미국의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휘발유 시장업황이 어둡기만 한 것도 정유업계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정유사들이 이익창출을 위해 추진하던 고도화설비 공장 건설을 연기하는 등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오는 2010년 말 완공 목표로 여수공장에 건설하고 있는 제3중질유공장 중 FCC공장 건설을 2년 늦춰 2012년 말 완공키로 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미국발 경기침체로 휘발유에 대한 수요 감소가 장기화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인도 등에서 신·증설한 정제 설비가 본격 가동되는 내년부터 악화된 석유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세계 석유수요 감소에 따라 수출물량이 올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내년부터 중국 등지에서 정제시설이 가동에 들어가면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현재 인도·중국에서만 하루 140만배럴의 석유제품이 더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부터 세계 석유제품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의 타크리어가 하루 40만배럴의 정유공장을 확장할 계획인데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 KNPC 역시 신규 정유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어서 석유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전망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육박하는 것도 정유사들에게 심각한 경영압박 요인이다. 1~2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외화차입금이 늘어나 외화환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내년 하반기부터 금융위기 진정되면서 완만한 경기 회복으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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