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스코브룬데에 사는 미켈 스테어 씨(28)는 13살 때 주식투자를 처음으로 해봤다. 우리 나이로 13살은 덴마크에선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나이다. 그의 부모는 “네가 받은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비 일부는 투자도 해보면서 잔고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며 주식을 권유했다고 한다. 대신 투자하기 전, 한 가지만 아버지를 설득하면 됐다. 바로 회사의 ‘경쟁력’이다.
최근 미성년자 투자 열풍에 조기 금융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찍이 선진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교육을 강화했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개인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면서 위기를 키웠다는 반성에서다. '빚투', '영끌' 우려에 건강한 투자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국 정규 교육 과정에도 금융 영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잇따랐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 주 소관이었던 교육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연방 차원의 학교 금융교육을 강화했다. 가정ㆍ학교ㆍ직장ㆍ지역사회로 이어지는 평생 금융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기본적인 경제지식을 비롯해 대출 이자 계산법, 장ㆍ단기 투자 선택 방법 등 실생활 내용을 담아 교육 과정을 재편했다.
지난해 미국 경제교육협의회(CEE)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45개 주가 초·중·고등학생 대상 금융교육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24개 주는 정규 교과 과정으로 금융이해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주로 금융을 따로 분리하기보다는 다른 과목과 통합하는 방식이다. 학문적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관점에서 실물 경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오하이오주와 애리조나주 등은 경제와 금융 교육을 통합해 사회 과목을 가르친다. 미시간주인 경우, 수학과 사회 과목 모두 금융 교육을 포함토록 규정했다.
일부 주는 고등학교 졸업에 필요한 필수 교과 내용으로 금융이해를 반영하기도 했다. 애리조나주는 고등학교 졸업을 위한 필수 교과인 사회에 금융이해 내용을 포함했다.
금융 과목을 분리해 따로 가르치는 곳도 있다. 유타주는 ‘일반금융이해’(general financial literacy)라는 과목을 통해 대학 진학에 필요한 학자금 마련 방안부터 장학금·학자금 신청하기, 소득 신고와 세금보고서 작성법 등을 가르친다.
또한, 금융 소비자 보호 취지 아래 가계 예산 운영, 주택 소유 및 임대 시 권리 책임, 신원 사기 및 도용, 파산 등에서의 교육 과정을 강화하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호주는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를 중심으로 국민 금융이해력 강화 전략을 확대ㆍ재편했다. 일일 입출금액 관리, 투자 결정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로 공부한다.
덴마크 금융협회는 매년 한 주를 금융교육 주간으로 지정하고 희망 중학교의 신청을 받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캐스퍼 루빈(35) 씨는 “13~15세 때 집중 금융 교육 이수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서 “최근에는 온라인 학급 투자 대회와 같이 쉽고 재밌는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예산 계획 세우기 등 실용성 위주로 금융교육을 의무화했다. 이에 KDI(한국개발연구원)는 “한국의 경우 초등학생에게도 경제학 원론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희소성과 합리적 선택을 가르치려 하는데, 영국은 학생들 관점에서 이해하기 쉬운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주제에 대해 접근한다”라고 평가했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은 “금융 교육은 어릴 때 받을수록 금융 습관과 태도를 형성하는 데 빛을 본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정규 교과에서 다루는 개인 금융영역은 해외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론이 아닌 시대 흐름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금융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