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설’ 마윈 회장도 최근 공식석상 등장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 총재는 26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 사전 온라인 화상회의인 ‘다보스 어젠다’에서 “독점과 관련한 문제를 여전히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앤트그룹이 중국 법률을 완전히 준수하고 고객 불만 사항을 해결하면 IP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 총재는 앤트그룹의 독점 관련 조사에 대해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이는 하나의 과정일 뿐, 문제가 해결되면 법에 따라 (IPO 절차)가 본궤도에 다시 올라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문제는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관련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지난해 11월 상하이(과학혁신판) 및 홍콩증시 이중 상장을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이 돌연 IPO를 중단시키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당시 앤트그룹의 IPO 규모는 350억 달러(38조 6820억 원)로, 예정대로 상장 절차가 진행됐다면 2019년 12월 사상 최대 IPO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294억 달러)의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
특히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이 지난해 10월 금융 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후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취소됐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당국을 비판한 마윈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급기야 마 회장이 갑작스럽게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실종설과 구금설까지 돌며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당국은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여러 명분을 내세워 알리바바의 핵심 사업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앤트그룹이 소비자 대출과 보험, 재산관리 서비스가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결제서비스만 남기고 모든 사업을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앤트그룹 경영진을 소환해 “준법 의식이 희박하다”고 공개 질타하면서 ‘5대 개선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앤트그룹은 사업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강 총재의 발언은 앤트그룹이 사업 자체를 모두 접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앤트그룹이 기본 결제서비스만을 유지한다면 IPO를 승인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종설에 휩싸였던 마윈 회장이 이달 초 3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도 앤트그룹 IPO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