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모두 "최종판결 이전 합의 위해 노력"
정세균 국무총리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소송에 대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 양사의 소송 관련 합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정 총리는 28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 소송전에 대해 "소송비용만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데,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며 "정말 부끄럽다"라고 밝혔다.
정 총리가 소송을 언급하자 SK이노베이션은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해 왔고, 소송이 시작된 이후 3년 차에 접어 들어가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모든 소송 과정에 성실하게 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만하게 해결을 하지 못해 국민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 대표는 "오늘 국무총리께서 방송기자클럽 초청 생방송에서 배터리 소송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하신 것은 이 같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같은 국민적인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해 분쟁 상대방과의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서 기대하시는 대로 K배터리가 국가 경제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최종판결 이전에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정 총리의 발언 이후 양사가 모두 합의에 대한 태도가 이전보다 크게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다.
불과 10일 전만 해도 미국 특허심판원(PTAB)의 특허 무효 심판(IPR) 각하 결정이 내려지자 양사는 치열한 장외 공방을 벌였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결정의 본질적 내용을 왜곡하면서 아전인수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정당당하고 떳떳하게 소송에 임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고,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 양사가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배터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2만7000여 건의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대응했다.
전날 열린 LG화학의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전보다는 다소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소송 분위기의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LG에너솔루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최종 판결이 2월 10일 예정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조기 패소 판결이 인용될 경우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는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명령 내려지게 된다. 최종 판결 전 합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 총리의 발언으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내달 예정된 ITC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대신 합의점을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의점을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치열하게 다퉈온 소송의 합의를 단 10여 일만에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양사의 합의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정계 인사들의 합의 촉구 서한도 받은 바 있다. 미국 조지아주, 테네시주의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서한을 보내 사실상 합의를 촉구했다.
버디 카터 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 샌포드 비숍 조지아주 민주당 하원의원, 척 플라이쉬먼 테네시주 공화당 하원의원 등 3인은 “두 회사 모두 미국 전역에서 경제 성장과 지역 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이바지했다”며 “ITC에서 한 회사가 부정적 판결을 받으면 미국 경제와 공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 투자,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투자 등을 언급하며 “(SK에 불리한 판결은) 전기차를 사용할 미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급망에 있는 미국 근로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양사 분쟁에 대해 ‘실행할 수 있고 우호적이며 책임 있는’ 해결책을 찾기를 정중하게 촉구한다”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