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기업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을 통해 국내 엔터 콘텐츠가 다수 소비되고 있는 경향에 IT 기업들도 글로벌 진출을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최근 몇 년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잇따라 손을 잡으며 엔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7일에는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비엔엑스’에 지분을 투자하고 새로운 글로벌 팬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K팝 팬덤 문화가 글로벌 MZ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빅히트는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비엔엑스가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하는 안건과 비엔엑스의 사명을 ‘위버스컴퍼니’로 변경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빅히트가 사업을 주도하고, 네이버의 기술을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8월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에 총 10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2017년에는 YG에 1000억 원을 투자하고 지난해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YG, SM에 이어 빅히트와도 협업 관계를 맺은 네이버는 플랫폼 통합 작업을 거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오는 3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역량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시너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원천 스토리 IP 밸류체인’과 ‘글로벌 스토리 IP 플랫폼 네트워크’를 구축한 카카오페이지와 음악, 드라마, 영화, 디지털, 공연 등 ‘콘텐츠 사업의 밸류체인’을 만들어왔던 카카오M이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과 웹 소설을 중심으로 한 IP 비즈니스를 주도하며 대한민국의 ‘스토리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2014년 ‘기다리면 무료’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시장의 유료화를 끌어냈으며, 지속적인 투자로 16개의 자회사 및 관계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약 8500개의 원천 스토리 IP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을 비롯해 일본, 북미권, 중화권 및 동남아 지역에 걸친 10개국에 걸쳐 글로벌 진출을 모색해왔다.
카카오M은 배우 매니지먼트 7개사와 레이블 4개사, 다수의 드라마ㆍ영화ㆍ공연 제작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모바일부터 TV, 스크린, 라이브 영역까지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음악ㆍ영상 콘텐츠의 기획,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음원 투자 유통 점유율을 바탕으로 연간 1200개 이상의 타이틀을 발매하고 있으며, 멀티 레이블의 장르와 영역을 지속 확대하는 등 음악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또 작가와 감독 등 80여 명의 톱 크리에이터, 150여 명의 스타 배우들을 중심으로 산업 내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영상 콘텐츠 기획,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엔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28일에는 K-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134개국에 출시하며 글로벌 엔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유니버스는 사전 예약에만 전 세계 188개국에서 400만 명 이상의 팬들이 참여했다. 이 중 해외 이용자 비중은 80%를 넘어서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지금까지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 리니지M, 리니지2M 등의 게임을 선보이며 국내 메이저 게임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 새롭게 도전하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분야에서 성공하게 되면 종합 IT 콘텐츠 기업으로서 한 발짝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특히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아이즈원 등 11명의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영상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출시 초기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제공에 집중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속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풀버전 등 단독 콘텐츠로 제공해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기술과 IP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플랫폼이 어느 소속사와 손을 잡는지에 따라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T 기업들은 각각의 차별점을 활용해 시장을 공략한다. 네이버는 브이라이브 등 비대면 미디어에 강점을 살려 영상화에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미디어, 방송, 공연 업체와 손잡고 자체 서비스인 ‘카카오TV’를 활용해 엔터 사업과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미디어 플랫폼이 없는 엔씨소프트는 인기는 확보하고 있으나 자체 커뮤니티가 없는 아티스트와 손잡고 다수의 IP를 활용한 사업을 전개할 전망이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IT 업계에서 현재는 엔터 사업의 선도기업이 없는 3파전 상태로 어느 곳이 우위를 점했는지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엔터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소비되는 점을 공략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