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막냇동생…KCC 창업주로 60여 년간 경영현장 지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30일 저녁 별세했다. 향년 86세의 나이다.
숙환으로 별세한 정 명예회장은 최근 건강상태가 악화하면서 병원에 입원했고, 이날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3남이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KCC 측은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하게 사양하고,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이로써 범현대가를 이끌던 ‘영(永)’자 항렬의 현대가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정 명예회장은 1936년생으로 한국 재계에서 창업주로서는 드물게 60여 년을 경영일선에서 몸담았다. 지난해 말까지 회사에 직접 출근해 업무를 챙길 정도로 국내 경영인 중 가장 오래 경영현장을 지킨 인물이다.
고인은 22세 나이인 1958년 스레이트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창업했다. 맏형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도움을 받는 대신 자립하는 길을 택했다.
특히 고인은 안으로 튼튼한 회사로 키우고, 밖으로는 산업보국을 실천한다는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1974년에는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사업에 진출했다.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2005년에 금강고려화학㈜을 ㈜KCC로 사명을 변경해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으로 키워냈다.
또한, 정 명예회장은 ‘산업보국’ 정신으로 한국경제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하며 현장을 중시했던 경영자다. 건축·산업 자재 국산화를 위해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자체 개발해 엄청난 수입대체 효과를 거둬 기술 국산화와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다.
또,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앞장서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 성공했으며, 반도체용 접착제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에 힘을 보탰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 도료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도료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2003년부터는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로써 한국은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인 정 명예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였다. 또,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동국대, 울산대 등에 수백억 원의 사재를 쾌척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의 별세 이전부터 KCC의 경영 승계 구도는 윤곽이 잡힌 상태다.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2000년부터 KCC를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 차남인 정몽익 회장이 KCC의 유리, 홈씨씨 등 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KCC글라스의 경영을 맡고 있다. 삼남인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을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