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획기적 주택 공급대책, ‘공공’만 고집해선 역부족

입력 2021-02-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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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고한 특단의 주택 공급대책 발표가 임박했다. 4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상을 뛰어넘는 공급 확대를 주문했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싸고 질 좋은 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고 전세난을 가라앉힐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큰 틀의 방향은 이미 공개된 상태다. 역세권 도심 고밀 개발, 신규 택지 지정, 공공 주도 재건축·재개발 등이다. 핵심은 집 지을 땅이 이제 거의 없는 서울의 도심 역세권 범위 확대, 준공업지역 및 저층 주거지의 용도 변경과 용적률 상향, 건축규제 완화를 통한 고밀도 개발이다. 서울과 인접하고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지역의 신규 택지 지정 가능성도 높다. 서울에서만 20만∼30만호 규모의 물량을 공급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4기 신도시 건설과 그린벨트 일부 해제도 거론됐으나, 정부는 일단 그럴 가능성을 부인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규제완화는 기대 이하일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재개발을 공공이 주도하면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임대주택 기부채납으로 개발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공공재건축의 용적률 최대 500%, 최고 50층 허용 등 말고는 더 이상의 인센티브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은 이 부분에 몹시 부정적이다. 공공재건축은 지금도 정비사업 단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민간의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 없이는 공급 확대가 제한적이고,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질 좋은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를 주기에도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동안 민간재건축 규제로 일관해온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에 별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급을 늘린다지만 민간의 공급 활성화가 아니라, 공공 주도의 임대물량 확보와 시세이익 환수만 고집한다. 민간 공급이 더 위축돼 집값을 더 올릴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건축의 규제만 더 풀어도 공급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또 환매조건부·토지임대부·지분적립형 등 공공자가주택의 공급 모델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격을 낮추면서 나중에 시세차익을 공공과 공유하는 방식인데 수요자들에게 먹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25번째다. 그동안 24차례 대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 집값에 불을 지르고 심각한 전세시장 혼란을 가져왔다. 지금 공급계획이 나온다 해도 빨라야 3∼4년 뒤에서 실제 입주가 가능하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살고 싶은 곳에 충분한 물량의 주택이 공급된다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시장의 믿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다시 시장의 불신만 키운다면 집값 잡기는 결국 공염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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