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사회적 가치' 주제로 기조연설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에너지 절약 솔루션을 찾아가는 것이 미래 ICT 세상을 위한 우리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선용 SK하이닉스 D램 개발 담당 부사장은 3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21’ 기조연설에서 “SK하이닉스는 새로운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인공지능(AI)과 5G의 발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데이터 이동과 사용량의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카, 스마트시티 등 전방위적인 ICT 환경이 구축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실제로 각종 기관에선 5년 내 전 세계 데이터양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차 부사장은 “여기에 더해 스트리밍이나 V2V(Vehicle-to-Vehicle) 무선통신을 통해 빠르게 공유하고 바로 사라지는 비정형 데이터까지 고려하면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며 “그야말로 ‘데이터의 폭발’”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데이터 폭증이 데이터센터의 엄청난 전력소모로 이어지고, 이 엄청난 전력소모가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져 환경 파괴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들의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영상을 30분 재생할 때 약 1.6㎏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일반적인 자동차가 6.3㎞가량을 운전할 때와 비슷한 수치다.
최근 몇 년간 이례적인 더위와 추위, 폭우와 이상기후 등이 연달아 일어난 것도 ICT 산업 발전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차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는 입장에선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사회적 가치(SV)를 창출하기 위한 SK그룹사의 활동을 소개했다. 경제적 가치(EV)와 SV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바텀라인’을 경영 기치로 삼고, SK하이닉스 외 8개 관계사가 한국에선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한 것, 2050년까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모든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것을 선언한 점 등을 나열했다.
메모리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도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속해 왔다. D램의 경우 미세화 공정이 한 세대 발전할 때마다 10%가량의 전력 효율화가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차세대 제품인 4세대 D램을 양산한다. 낸드는 미세화 공정에 더해 칩을 쌓아 올리는 '스택 업' 과정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다만 차 부사장은 미세화, 스택 업 외에도 새로운 방식의 전력 효율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세화나 스택 업 공정의 경우 기술 개발 난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개발에 투입될 수 있는 비용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사들이 개발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저전력 메모리(ULM)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시스템온칩(SoC)과 D램의 간격을 좁히거나 둘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임과 동시에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차 부사장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연산을 맡는 CPU가 융합하는 형식의 ‘포스트 폰 노이만 컴퓨팅’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를 이끌 다양한 솔루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