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성장주 투자지표, PDR와 PEG

입력 2021-02-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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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회계사

아직 실적은 미미하지만, 회사가 가진 기술력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은 사람이 성장주 투자를 한다. 이들 기업은 실적보다 주가가 빨리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현재 매출액이나 이익 대비 주가가 수백 배 형성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더 올라갈 것 같은 기대감에 과감히 투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너무 부담스러워 망설이기도 한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다 보니 심리적인 피로감도 상당하다. 이럴 때는 저평가, 고평가에 대한 어떤 기준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세계적으로 성장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이에 걸맞게 작년 10월에 한국투자증권에서 PDR이라는 지표를 발표했었다. PDR는 ‘Price to Dream Ratio’의 약자인데 꿈주가배수로 해석된다. 공식을 보면 분자에 시가총액, 분모에 전체 시장매출액과 기업의 예상시장점유율을 곱한 값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산업의 전체 시장매출액이 10조 원으로 예상되고, A기업의 시장점유율은 60%, B기업은 40%인 과점시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기업의 분모값은 6조 원, B기업은 4조 원으로 계산된다. A기업의 시가총액이 6조 원이라면 PDR은 1이 되고 B기업의 시가총액이 3조 원이라면 0.75가 된다. 즉 A기업 대비 B기업이 다소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당초에 예상한 시장 규모보다 더 커지거나 연관산업과의 시너지로 인해 시장이 더 확대될 수 있다면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모두 저평가되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시장규모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고평가논란이 나올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이고 투자자 간 예상이 서로 달라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한편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다가 전설로 떠난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도 성장주 투자를 위해 본인만의 기준을 정립했다고 한다. 바로 PEG라는 지표이다. PEG는 ‘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의 약자인데 주가순이익성장배수로 해석된다. 공식을 보면 분자에 PER, 분모에 주당순이익 성장률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작년에 1주당 200원의 이익을 거두었는데 주가가 1만 원이라면 주가수익배수(PER, Price Earning Ratio)는 50배로 계산된다. 보통 주식시장에서 PER이 50배면 비싸다고 평가받는다. 200원의 이익을 버는 회사를 1만 원이나 주고 샀으니 기대수익률이 불과 2%밖에 안된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지금 1주당 200원의 이익밖에 못 내는 이유가 신사업을 위해 버는 돈 대부분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연구개발의 성과는 올해부터 꽃을 피워 회사의 실적을 2배씩 늘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즉 작년에는 1주당 200원을 벌었지만, 올해는 400원, 다음 해에는 800원, 그다음 해에는 1600원의 이익발생이 예상된다. 즉 회사의 주당순이익 성장률은 100%이다. PEG 공식에 따라 분자에 PER 50배, 분모에 주당순이익 성장률 100%를 대입하면 PEG는 0.5로 계산된다. 피터 린치 입장에서는 저평가기업이라고 생각해서 적극 매수했다고 한다.

2년 뒤에 1600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기업의 주가가 현재 1만 원이니까 PER은 16배에 불과하고 올해부터 3년간 총 2800원을 벌 것이고 그 이후에도 계속 성장을 한다면 이 회사에 투자한 1만 원은 금방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니 지금 투자를 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PDR이나 PEG를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산업과 기업의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이다. 예상했던 대로, 또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가는 더욱 힘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폭삭 주저앉을 것이다. 기대가 무너졌고, 이미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회사에 남아있는 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성장주를 투자할 때는 막연한 기대보다 철저한 분석을 충분히 거친 후에 투자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니 위험도 적절히 분산시켜야 한다. 잘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잘 못 하면 엄청난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임상 3상을 뚫고 FDA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급등했다가 신약 개발 실패로 주저앉은 여러 바이오 기업들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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