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었으나 유가하락 탓, 불황형흑자 아냐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750억달러를 넘어섰다. 당초 전망치보다 100억달러 가량 더 늘어난 것이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4%대 초반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확산)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 반도체와 정보통신, 화공품 등 상품수출이 회복세를 보인데다, 여행과 운송을 중심으로 서비스수지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것은 맞지만,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불황형흑자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75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56억달러 확대된 것이며, 작년 11월 한은이 전망한 650억달러도 크게 웃돈 것이다.
수입은 422억달러 감소한 4346억6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수입가격 하락에 원유(-36.7%)와 석유제품(-25.9%)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18.8%)가 감소한 탓이다. 반면, 자본재(7.4%)는 늘었다.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106억6000만달러 축소된 161억9000만달러를 보였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62억4000만달러 감소한 5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동제한조치에 따라 출입국자수가 동반 감소한 가운데 여행지급이 여행수입보다 큰 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운송수지는 21억3000만달러 흑자로 2015년(46억5000만달러) 이후 5년만에 흑자전환했다. 원유 등 수입에 주로 이용되는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가 21.2% 하락한 반면, 수출화물에 주로 사용되는 선박컨테이너운임지수는(SCFI 52.2%, CCFI 17.8%)는 상승한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규모는 12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상최고치를 보였던 전년(128억6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이전소득수지는 25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 팬데믹에 4~5월 수출량이 줄며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등 위기감이 있었다. 반면, 하반기엔 비대면 경제활동과 관련한 반도체와 정보통신 및 화공품을 중심으로 상품수출이 회복됐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이 꽤 좋아 한은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팬데믹에 여행이 막히면서 여행수지가 개선된 것도 기본으로 깔리긴 했다”며 “명목 GDP 수치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같은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GDP대비 4%대 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감소해 그것만 보면 불황형흑자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물량요인보다는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진 가격요인이 크다는 점에서 불황형흑자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요국 증시 호조에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는 563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해외채권투자는 22억2000만달러에 그쳐 전년(170억2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58억달러를 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채권투자는 328억5000만달러로 역대 2위 기록을 보였다. 사상 최고치는 2007년 기록한 576억9000만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