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Ⅴ'를 포함한 추가적인 백신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오후 진행한 '코로나19 백신 특집 브리핑'에서 "러시아 백신과 관련해서는 변이라거나 공급의 이슈 등 (백신 관련)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백신을 후보에 두고 추가 확보 필요성을 계속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 백신의 검토 계획이 없다는 질병청의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나아간 답변이다.
정 청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계약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워낙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백신에 대해 문을 열어놓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가 개발해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이지만,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아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이 백신은 아직까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랜싯'에 스푸트니크V의 임상 3상 중간결과 논문이 실리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푸트니크V의 임상 3상에서 예방 효과는 91.6%로 나타났다. 이는 화이자(95%)나 모더나(94.1%) 백신보다는 약간 낮고 아스트라제네카(평균 70%)나 얀센(66%)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다. 60세 이상 고연령층에 대한 효과도 91.8%에 달했다.
이에 따라 백신 공급 대란을 겪는 유럽에서는 스푸트니크V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는다면 이 백신을 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역시 제조사가 관련 데이터를 모두 공개할 경우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는 스푸트니크V가 3월 EMA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백신은 러시아 외에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알제리,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스푸트니크V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마찬가지로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냉장 보관·유통이 가능하며, 2회 접종분 공급 가격이 20달러(약 2만2000원)선으로 비교적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수출용 백신은 한국, 중국, 인도 등에서 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