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법 2차 개정을 앞두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산업계의 샅바 싸움이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2차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온라인 공청회를 8일 개최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1월 6일 입법예고 된 상태로, 이번 공청회는 주요 이해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공청회에는 황창근 홍익대 교수를 비롯해 박민철 김앤장 변호사, 이진규 네이버 이사, 김현종 삼성전자 상무, 이경상 대한상의 본부장,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실장,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학계ㆍ법조계를 비롯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는 산업계와 시민단체 관계자까지 아울렀다.
특히 산업계는 ‘형사벌 중심을 경제제재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과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형사처벌 대신 과징금 부과…‘기업에 부담’? = 이날 공청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의 과징금 부과 기준 변경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개인정보위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시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3% 이하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2차 개정안에는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이 아닌 ‘전체 매출액’의 3%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병남 개인정보위 개인정보정책과 과장은 “산업계의 숙원”이라며 “형벌 조항을 완화하면서 실질적으로 개인정보법 위반을 한 사업자에게 실제적인 집행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과징금 체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의 반발은 강력했다.
김현종 삼성전자 상무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과징금 부과 기준의 변경을 꼽았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의 2020년 기준 전체 매출이 237조 원이고 한국 본사 기준으로 하면 166조 원”이라며 “3%를 적용하면 전 세계 매출 적용 시 7.2조 원의 과징금이 산출된다. 한국 기준으로 해도 5조 원 이상”이라고 토로했다.
위법 행위에 비례한 제재 행위가 가능하냐는 물음이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실장도 “위반행위에 따른 매출액이 아닌 기업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잡은 것은 너무나 과도하다”라며 “유사법인 전기통신사업법이나 공정거래사업법을 보더라도 위반 행위에 대해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진규 네이버 이사는 “과징금 수준을 상향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입증된 바가 없다”라며 “EU GDPR에서는 벌금 부과에 앞서 경고나 재발 방지 명령 등의 수단이 있다. 여타 수단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병남 개인정보위 개인정보정책과 과장은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단합행위와 달리 개인정보 위반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은 산정하기가 굉장히 곤란하다”라며 “시행령에서 자세한 규정을 마련하고, 경감 규정도 둘 것인 만큼 산업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이동권…“정보 주체 권리” vs “국부 유출” = 개인정보 이동권에 대한 이견도 분출됐다. 개인정보 이동권은 ‘본인 정보를 본인 또는 제삼자에게 전송 요구할 수 있는 일반적 권리’다.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통제권 강화와 함께 전 분야로 마이데이터 확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개인정보위는 기대하고 있다.
이경산 대한상공회의소 본부장은 “GDPR에서는 정보 주체가 이동을 요청할 경우 기초 자료(raw data)만 이동할 수 있다”라며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처리자가 노하우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새롭게 창출한 가치 있는 정보를 넘겨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인정보 처리자 입장에서는 부담을 무릅쓰고 막대한 투자를 할 동력이 없다”라며 “GDPR이나 신용정보법처럼 처리된 정보가 아닌 정보 주체가 최초로 등록한 정보만 이동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진규 네이버 이사도 “개인정보 이동권과 국외전송 요건을 적절하게 규정해 데이터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박민철 김앤장 변호사는 “결국 정보 주체의 이익과 산업데이터의 활용 사이 균형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본 개정안의 취지”라며 “두 가치 간의 이익형량을 어떻게 해서 균형을 찾아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