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감소·부채증가에 경영난 허덕
입주사 5곳 중 1곳 사실상 '폐업'
개성공단이 주인을 잃은 지도 5년이 지났다. 남북한 인력 6만여 명은 일자리를 잃었고, 입주기업들은 매출 감소와 신용등급 추락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빚을 갚을 수 없어 사업자등록을 말소하지 못했을 뿐, 사실상 5곳 중 1곳이 폐업 상태다.
8일 개성공단기업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폐쇄로 입주기업(123개사)들이 입은 피해 금액은 1조5000억 원 이상이다. 투자자산(토지와 건물, 기계장치)에서 5936억 원, 유동자산(원·부자재)에서 2452억 원 등의 손해를 입었다. 이 중 정부가 인정한 공식 피해 금액은 7861억 원에 불과하다. 입주기업 중 25개사는 휴업 또는 폐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경제적 상호이익과 공공번영,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북한으로부터 토지를 50년간 임차해 공장을 짓고 국내외 기업에 분양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2015년 연간 생산액이 최초로 5억 달러(5593억 원)를 돌파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정부는 2016년 2월 10일 잠정 폐쇄했다.
이로 인해 영세 제조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특히 개성공단 한 곳에만 공장을 둔 기업은 대체 공장을 짓기 위해 해외로 나가거나 국내로 돌아왔지만, 매출 감소를 피할 순 없었다. 매출액 50억~100억 원 미만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15년 106.7억 원에서 2020년 66억 원으로 38.1% 감소했고, 매출액 50억 원 미만 소기업은 타격이 더 커 65.3억 원에서 15.6억 원으로 76.1% 급감했다.
불어나는 부채도 감당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중단 당시 기업들은 평균 11억3800만 원(이자율 1.63%)을 정부로부터 차입한 상태였다. 통일부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각각 평균 10억6600만 원, 10억3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다달이 돌아오는 이자만 겨우 갚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로 공단이 폐쇄되고 심각한 재산 피해를 보았지만, 정당한 보상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지급한 피해지원금은 입주기업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낸 경협보험금으로 이마저도 향후 공단이 재개되면 모두 반납해야 한다. 이에 보험금이 아닌 국가 차원의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일부는 2016년(5173억 원)과 2017년(660억 원) 두 차례에 걸쳐 총 5833억 원의 피해지원금 지급(실제 집행금액 5771억 원)을 결정했다. 다만 통일부는 경협보험금 반납 시기에 대해 개성공단 중단 상황과 기업의 부담 정도, 정부 지원의 형평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단 폐쇄 5년이 지나면서 입주기업들의 고민은 깊다. 한숨을 넘어 체념한 기업들도 상당수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정부 차원의 보상은 전혀 없었고 지급한 경협보험금도 한도가 낮아 실질 피해를 만회하긴 어렵다”며 “통일부는 피해지원금을 주면서 개성공단 지원 관련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하게 했는데 기업들의 급박한 처지를 이용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창섭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전국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따른 정부 지원이 진행됐다고 하지만, 영업손실 등에 대한 피해보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폐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해외로 떠나거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헌법 23조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해야 하고, 공공필요에 의해 제한할 때는 법률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를 근거로 2016년 4월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5년째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이희건 경기개성공단기업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며 “중단으로 인한 고정자산, 유동자산 피해뿐만 아니라 매출 감소 등 사후 손실에 대해 정부에서 적절한 손실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 재가동이 빨리 이뤄져 평화와 안전이 깃든 남북경협의 시대가 돌아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