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물건 먹히네"…'뉴트로' 꽂힌 전자업계

▲삼성전자가 두 번째로 선보인 갤럭시 버즈 프로 애니콜 커버 케이스. ‘A100 미니폴더’(SCH-A100)를 본떠 만들었다. (사진출처=쿠팡 판매 사이트)

전자업계가 뉴트로(retro+new) 마케팅을 강화하며 갖가지 이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장년층 고객에겐 향수를 자극하고, MZ세대에겐 새로움과 재미를 주며 소비를 촉진하려는 목적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삼성전자는 19년 만에 ‘애니콜’을 부활시켰다. 지난달 출시한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의 커버 케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제품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이건희폰'이라고 불리는 애니콜 T100, 벤츠를 닮은 디자인으로 '벤츠폰'이라는 별명이 붙은 애니콜 E700 디자인이 첫선을 보였다.

2002년 4월 출시된 이건희폰은 처음으로 판매량 1000만 대를 넘었고, 2004년 출시된 벤츠폰은 두 번째로 1000만 대가 판매돼 삼성전자 IM 사업부에도 의미가 깊은 모델이다.

단순히 모양만 유사한 게 아니라 질감, 소재까지 원래 폴더폰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매한 소비자 사이에선 “케이스를 닫는 소리와 느낌이 폴더폰 사용 당시와 똑같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출시 초기에는 배송 지연 사태가 벌어졌고, 현재는 케이스 중고거래도 활성화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애니콜 케이스가 인기몰이하자 삼성전자는 새로운 폴더폰 디자인 케이스도 선보였다. 새 디자인은 1999년 출시된 피처폰 애니콜 ‘A100 미니폴더’(SCH-A100)를 본떴다.

▲LG 윙 금성 리미티드 에디션. (사진제공=슈피겐코리아)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LG 윙' 출시 과정에서 뉴트로 마케팅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 슈피겐코리아와 협력해 과거 금성(Gold Star) 디자인을 활용한 케이스와 에코백, 와펜 스티커를 한정판 구매 고객에게 증정했다.

가전 사업부에선 ‘골드스타 에어컨’에 얽힌 각종 사연을 받은 뒤 최신형 에어컨으로 교체해주는 행사도 진행했다. “골드스타 에어컨이 43년 동안 아버지의 이발소와 함께했다”, “1983년 동네에서 처음으로 골드스타 에어컨을 구매해 온 동네 사람들이 집에 모인 적이 있다” 등 오랜 기간 금성 제품을 애용해온 소비자들의 사연이 등장하며 이목을 끌었다.

위니아딤채는 아예 정식 제품 디자인에 ‘복고’를 접목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딤채쿡 당질 저감 50 레트로’는 복고풍 스타일의 라디오와 항아리를 닮은 한국적 곡선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전자업계의 뉴트로 열풍은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생까지를 포함한 M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분석한 Z세대 특징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재밌고 독특한 제품 소비를 선호한다. 몇십 년 세월을 아우르는 뉴트로 코드가 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다.

특히 MZ세대는 지난해 국내 인구 중 34.7%(약 1700만 명ㆍ통계청 기준)를 차지하며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등 젊은 세대 소비 비중이 월등히 높은 전자업계의 경우 MZ세대의 마음을 잡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만큼, 뉴트로 코드를 제품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