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서 승리…60일 내 합의할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가 결국 승리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양사의 합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협상 우위를 점한 LG에너지솔루션이 소송을 마무리 짓기 위해선 최종결정에 부합하는 합의안을 제시하라고 밝힌 만큼 SK이노베이션이 어떠한 제안으로 합의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각) 내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의 2차 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결정에서 예비 결정을 그대로 인용해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ITC 위원회는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이 제출한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리스트를 확정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ㆍ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단, 제한적으로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ㆍ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ㆍ소재는 2년간 수입을 허용하고, 또한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을 허용했다. 이미 수입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ITC의 최종결정에 SK이노베이션은 조건부 수입금지 명령의 효력을 풀기 위해선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가 필요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의 최종결정을 심의하는 60일 동안 SK이노베이션은 공탁금을 내 영업비밀 침해 및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의 효력을 일시 중단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Veto·비토) 행사나 합의 없이는 이 기간 후에 즉시 침해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가 시작되며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걸어볼 수는 있지만 위험성이 큰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가 최선의 해결책인 셈이다.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 이후 60일 동안 대통령 심의 기간이 있으나, 영업비밀 침해 건에 거부권이 행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SK이노베이션에 합의를 촉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 측이 이제라도 계속 소송 상황을 왜곡해 온 행위를 멈추고, 이번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임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위한 필요 조치”라고 경고했다.

쟁점은 합의금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지난 2년여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합의에 지속해서 나섰으나, 합의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합의금은 그동안 수천억 원이 투입된 소송 비용 등을 포함해 산정되는데,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조 원대의 합의금을,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 원 수준을 제시하며 양사가 원하는 합의금은 1조 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면서 합의금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합의할 수 있는 기간이 60일인 만큼 양사는 설 연휴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합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