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ㆍ건설ㆍ조선ㆍ기계...“긍정적 전망”
코로나 재확산세ㆍ경기 등 불확실성 여전히 관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지만, 국내 상장사들은 올해도 성장 의지를 다지고 있다.
14일 이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2021년 실적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전년과 비교 가능한 기업은 40곳(코스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중 36곳(90%)이 올해 매출액 또는 수주를 2020년보다 늘려 잡았다. 현대에너지솔루션(49.7%), 한라홀딩스(36.8%), 솔루스첨단소재(36.5%), LG화학(24.1%), 삼성엔지니어링(1.1%) 등이다.
올해 전망치가 전년 성과에 미치지 못한 곳은 4곳에 그쳤다. 격차는 1% 내외 수준으로 사실상 지난해 실적 또는 판매량을 이어간다는 관측이다. 현대제철(-1.7%), 한라(-0.8%), 한국항공우주(-0.2%) 등이 이에 속한다.
올해 삼성물산도 지난해보다 161억 원 줄어든 30조2000억 원을 매출액 전망치로 제시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내다보면서도 수주 규모는 지난해 9조4972억 원보다 큰 10조7000억 원을 기대하기도 했다.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가이던스를 내지 않았다. 올해 증권가가 전망하고 있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과 관련해서도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를 종잡을 수 없는 시장에서 조심스럽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수출업체와 KB금융, 신한지주 등 금융회사를 비롯한 업종별 주요 간판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사장은 지난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 내 D램 업황 개선이 기대되지만 아직 코로나19 재확산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위험요인이 산재해 수요 변동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2017∼2018년 수준의 ‘빅 사이클’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 중심 상장사 위주로 청신호가 켜졌다. 건설ㆍ기계ㆍ운수장비ㆍ전기·전자 소속 상장사들이 대표적이다. 각국 경기부양 친환경 인프라 투자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그린뉴딜 업종 기대감도 크다.
가이던스를 낸 전기·전자 주(4곳)는 올해 평균 26.2% 매출 성장을 기대했다. 지난해 태양광 모듈 생산성을 개선한 현대에너지솔루션(49.7%)이 가장 컸다. 솔루스첨단소재과 두산퓨얼셀도 각각 36.5%, 14.0% 매출 신장을 전망했다.
주요 건설사도 반등을 자신했다. 지난해 늘어난 분양물량을 바탕으로 국내 주택 실적을 개선하고 수익성도 챙긴다는 구상이다. 대림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각 20%를 웃도는 성장률을 전망했다. 지난해 해외 건설 경기 부진에 난항을 겪은 현대건설도 매출액 전망치를 10.2% 올렸다.
조선업도 순항 중이다. 올해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연초 글로벌 선사들이 잇따라 선박을 발주하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주 절벽을 경험한 작년 상반기와 대조적이다.
조선 3사도 올해 수주 목표량을 지난해보다 크게 늘렸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77억 달러를 목표로 세웠다. 삼성중공업도 전년 대비 42% 증가한 78억 달러를 목표 수주액으로 제시했다. 한국조선해양도 지난해 목표치인 110억 달러보다 39억 달러 늘어난 149억 달러로 목표치를 잡았다.
현대·기아차도 작년 글로벌 판매 실적 대비 11.5% 증가한 목표로 시장에 나선다. 올해 세계 시장에서 708만2000대(현대차 416만 대, 기아 292만2000대)를 판매하겠다는 포부다.
한편, 수출 회복 전망도 실적 개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1월 총수출액은 480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1.4%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도 3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18년 1월을 제외해보면, 이번 기록은 역대 1월 수출금액 중 최대 규모”라며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 규모는 최고치”라고 평가했다.
수출기업의 매출 전망도 3년여 만에 최대치로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수출기업의 2월 매출전망지수는 100으로, 한 달 전(89)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수출기업 매출전망지수가 100을 넘은 것은 2017년 11월(102)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2월은 조업일수가 적다는 변수가 있어서 실제 수출기업의 매출이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라면서도 “최근 반도체나 자동차, 통신기기 등 수출 실적이 좋아지면서 기업들의 전망도 밝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상당수의 기업이 전망 발표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비슷한 시기 100여 곳이 발표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 재확산 등 커진 시장 불확실성에 가이던스 제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가이던스(guidance)=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실적에 대한 기업의 예상 전망치다. 가이던스는 기업의 한 해 사업계획 수립 여부를 보여주는 자료로 애널리스트나 투자자에게 상장사의 실적 전망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기업의 기대감을 담은 목표치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