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이 점쳐졌지만 최종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이하 NYSE)에 상장하는 것이 결정됐다. 다만 주식 수량과 공모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NYSE 직행 배경은 차등의결권?
국내 기업이 NYSE에 직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쿠팡의 나스닥 상장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왔다. 나스닥은 당장 실적 보다 기업의 미래 가치에 더 중점을 두고, 특히 하이테크 기업에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분위기인 만큼 만성 적자인 쿠팡에게 제격인 시장으로 평가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은 나스닥이 아닌 NYSE로 직행하며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경우 세계 최대 규모 증권거래소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그만큼 상장 요건이 까다롭고, 거래소가 상장폐지권한도 갖고 있다. 11년 연속 적자인 쿠팡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차등의결권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NYSE로 가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차등 의결권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일부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나스닥에서도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만 쿠팡이 비슷한 업종을 영위하는 알리바바와 정면승부를 하기 위해서 NYSE를 택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또한 NYSE는 나스닥보다 시스템 운영에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페이스북이 2012년 나스닥 상장 당시 기술적 결함으로 거래가 30분 정도 지연된 사례가 있고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알리바바가 NYSE를 선택한 것도 안정적인 시스템이 주된 이유라는 평가다. 또 경쟁사가 나스닥에 상장하면 기업들이 NYSE에 상장해 자신의 가치를 좀 더 끌어올리려 하는 경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도 페이스북이 나스닥에 상장한 것을 고려해 NYSE를 선택하기도 했다.
쿠팡 주식은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구성되는데 클래스B는 클래스A에 비해 주당 29배의 의결권이 있는 ‘슈퍼주식’으로 모두 김 의장이 보유한다. 즉 지분 1%만 가져도 29%의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 경우 회사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어 적대적 M&A 등에서도 안정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비전펀드 등 그동안 쿠팡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에어비앤비 등 주요 글로벌 테크기업에서도 창업주들이 모두 차등의결권을 보장 받은 바 있다. 쿠팡은 이밖에도 8가지 종류주식이 있다.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가지각색 보통주 전환조건을 달고 있는 주식들로, 클래스C~클래스J가 그것이다. 쿠팡은 아직까지 투자자별 지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 주식들이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이 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쿠팡의 상징 ‘쿠팡맨’에 1000억 상당 주식 나눠준다
특히 쿠팡은 IPO 신고서를 통해 2025년까지 5만 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한해 평균 1만 명씩 고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쿠팡의 임직원 수는 5만 명으로 4년 뒤에는 10만 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국대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작년 3분기 기준 10만8400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쿠팡은 이 신고서에서 “회사 역사상 (미 증시 상장이라는) 중요한 단계를 축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객을 위해 헌신한 것을 인정하는 의미로 일선 직원과 비관리직 직원(frontline workers and non-manager employees)에게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들 직원이 회사의 근간이자 성공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앞서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상장 당시 숙박공유 호스트를 위해 비의결주식 920만 주를 ‘숙박공유 호스트 기부펀드’(Host Endowment Fund)에 기부했고, SEC는 우버 운전자 및 플랫폼 노동자에게 1년 보상금은 15%까진 지분으로 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버 운전자들이 월급 대신 우버 주식으로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의장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토콜 경제’를 실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