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록적 한파...550만 가구 정전ㆍ원유생산도 차질

입력 2021-02-1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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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명에 겨울폭풍 경보
“기록적인 한파에 1.1조 원 피해 예상”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한 시민이 16일(현지시간) 도로의 눈을 치우고 있다. 오스틴/AP뉴시스

미국이 기록적인 한파에 얼어붙었다. 특히 이번 한파는 눈 구경이 힘든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아칸소 등 남부 지방까지 덮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본토 48개 주 전체 면적 가운데 73%에 눈이 내렸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린 것이다. 주(州)별로 살펴보면 전체 미 대륙 48개주 중 눈이 내리지 않은 지역은 플로리다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로 3개 주에 그쳤다.

기상청은 맹추위가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민 2억 명에게 겨울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텍사스 등 7개 주는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캔자스주는 재난 상황을 선포했다. 미국 기상청은 텍사스와 아칸소, 오클라호마 일부 지역의 경우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영하 16도)보다 최저 기온이 낮았다고 전했다. 당국은 최소 20개 주 이상이 이번 주 역대 최저 기온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CNN은 이번 한파와 관련해 숨진 사람이 최소 15명이라고 전했다. 빙판길 차 사고로 12명이 숨졌고, 수백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선 노숙자 1명이 동사했고, 2명은 추위를 피하려고 차고 안에서 승용차에 시동을 켜둔 채 장시간 머물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특히 오클라호마 지역에서만 한파로 인한 부상으로 123명이 입원한 상태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시민이 16일(현지시간) 난방용으로 목탄(숯)을 구매해 집으로 향하고 있다. 휴스턴/AP뉴시스

CNN 소속 기상학자 타일러 몰딘은 올해 기록적 한파가 10억 달러(약 1조1020억 원) 이상의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맹추위는 발전 시설까지 멈춰 세우면서 대규모 정전사태를 초래했다. 텍사스와 오리건,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버지니아 등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텍사스주가 430만 가구로 피해가 가장 컸고 오리건과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에서도 각각 10만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봤다. 전력 차단으로 수도 공급마저 끊긴 곳도 있다. 텍사스주 애빌린에선 정전으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12만3000명에게 수도 공급이 차단됐다.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이번 한파 때문에 500개 이상의 점포를 폐쇄했다.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생산하는 테네시, 켄터키, 인디애나, 텍사스주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포드도 픽업 트럭 등을 조립하는 캔자스시티 공장 문을 닫았다.

배송업체 페덱스는 한파로 일부 도시에서 물품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2597편의 항공기가 결항됐다.

이날 한파에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1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어섰다. 한파 영향으로 유정 폐쇄와 운송 차질로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미국 원유 생산량이 200만 배럴 넘게 줄었다. 이는 미국 전체 일일 원유 생산량의 약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는 원유 생산 차질 정도에 따라 유가가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혹한은 극지방 소용돌이에서 초래됐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는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갇혀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해지자 냉기를 품은 극소용돌이가 남하하면서 미국 전역에 한파를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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