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도 IPO(기업공개)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유망 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 줄지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연초부터 불어난 시중 유동성이 공모주 투자 열기를 달구면서 '과열' 신호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소부장기업 상장 '러시' =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총 17개 기업이 예심청구 통과 후 본격적인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스팩 4개를 제외하면, 코스피기업 1개, 코스닥기업 12개가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곳은 단연 'IPO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다. 지난 4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심사결과 통과를 받고, 오는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내달 4~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희망가는 4만9000~6만5000원, 최대 공모가액은 1조4918억 원으로 평가된다. 공모 후 시가총액도 단숨에 5조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과 동시에 시총 상위 10위권 진입이 가능한 규모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유망 바이오 기업들이 증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네오이뮨텍,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바이오다인 등은 이달 말부터 수요예측을 거쳐 이르면 내달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다. 네오이뮨텍은 제넥신의 관계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코스피에 입성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피비파마)의 관계사다. 관계사 상장 소식에 힘입어 제넥신, 피비파마 주가도 덩달아 출렁였다.
이어 소부장 기업들도 상장 문턱을 낮추는 '소부장 패스트트랙'에 힘입어 대거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오는 24일 오로스테크놀로지, 25일 유일에너테크 등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나노씨엠에스는 22~2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들이 활용한 소부장 패스트트랙은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30영업일로 줄이고, 기술특례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를 이용하면 전문평가기관 한 곳에서만 A등급 이상을 평가받으면 상장이 가능해진다.
◇"공모주 청약, '과열' 신호에 주의해야" = 증권업계에서는 주식시장 활황이 이어지자 IPO 기업가치 평가도 한층 후해졌다고 평가한다. 특히 올해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2차전지, AI·빅데이터, 콘텐츠, 헬스케어·신약개발 등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유망기업군에 속하면서 지난해 촉발된 IPO 광풍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열' 신호는 주의해야 한다. 공모주로 단기 차익실현이 목적인 기관투자자들은 수요 예측에서 박한 평가를 내지 않는다. 수요예측에서 공모희망가 상단을 초과해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향후 공모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첫 IPO 대어 주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인 점도 고평가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상장과 동시에 '따상상'을 기록했지만, 곧바로 주가가 추락한 바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공모시장은 분명 '과열'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IPO시장에 대거 자금이 몰렸기 때문에 지금은 비싸지는 구간이고, 다음은 수익률이 깨질 차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PO시장 수익률도 '떨어질 때가 있다'는 것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며, 대어급 공모주 참여에도 보수적인 접근이 합리적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