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 낮출 수 있어…사용 후 배터리 친환경 활용 방안 열려
현대차가 실증 사업에 나선 전기차용 배터리 대여 서비스가 상용화하면 크게 두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사용 후 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린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전체 자동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한다. 기술 고도화와 수요 증가로 배터리 가격이 매년 내려가곤 있지만, 여전히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배터리 대여 서비스가 상용화하면 고객은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 배터리 비용이 제외된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한 뒤 배터리 대여 비용만 내면 되기 때문에 초기 구매비용을 낮출 수 있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던 전기차의 가격도 낮아지며 전기차 보급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배터리 대여 서비스는 택시를 비롯한 대중교통 수단에 적합하다.
전기 택시는 일반 차량보다 주행거리가 연간 약 7만㎞로 더 길다. 2~3년 안에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므로 배터리 대여 서비스에 적합하다. 이 서비스로 택시회사는 배터리 가격을 제외하고 저렴하게 택시를 구매할 수 있어 전기 택시 보급 확대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다.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ㆍ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배터리 대여 서비스의 장점이다. 지금까지 사용 후 배터리는 활용처가 마땅치 않았는데, 이를 전기차 충전기에 사용하며 전반적인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번 실증 사업에 따라 전기 택시가 배터리를 교체할 때 확보되는 사용 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들어 전기차 급속 충전에 활용한다.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ESS를 충전하고, 전기료가 비싼 낮 시간대에 ESS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사용한 뒤 떼어낸 배터리는 수명이 70~80%라 차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재생에너지 저장용 ESS나 캠핑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는 데는 충분하다”라며 “지자체에 쌓아놓은 처치 곤란한 사용 후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18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현대차ㆍ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와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체결식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이행렬 KST모빌리티 대표 등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실증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19일 제4차 산업융합 규제 특례 심의위원회를 열고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사업’ 등의 안건을 심의ㆍ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