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더기빙플레지' 한국인 1호 가입…"불평등 해결 돕고 싶다"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이어 김봉진 의장까지 통큰 기부 행렬에 합류하면서 기업들의 기부문화에도 새로운 변화가 이는 모습이다. 특히 이를 주도하는 기업가들이 일명 '흙수저' 출신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김봉진 의장 "나의 성공은 신의 축복"
약 5000억 원 규모 기부 결정
우아한형제들은 18일 김봉진 의장이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더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2010년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10억 달러(한화 1조 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해야 가입 대상이 되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김 의장은 더기빙플레지 219번째 기부자이자 한국인 첫 가입자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일곱 번째다.
스스로를 시골 섬소년 출신이라고 밝히고 있는 김 의장은 소위 말하는 흙수저 출신이다. 김 의장도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이었다"고 자신의 성장 과정을 설명한다.
명문대 출신도 아니다. 수도전기공고를 나와 서울예술대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이후 이모션, 네오위즈, 네이버 등을 다니다 2011년 배달의민족을 창업했다.
그런 김 의장은 배달의민족을 국민 배달 앱으로 성장시키고 4조8000억 원 수준 규모의 스타트업 최대 인수합병(M&A)도 완성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며 조 단위의 재산을 보유하게 된 김봉진 의장은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다시 깜짝 행보에 나섰다.
김봉진 의장은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며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기부 통한 사회문제 해결 꿈 꿔
앞서 기부 계획을 밝혔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김봉수 의장과 상황이 비슷했다. 할머니를 포함한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고 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PC방 창업을 시작으로 한게임, 카카오를 성공시킨 김범수 의장은 주식 자산만 5조 원이 남는 기부를 결정했다. 이는 재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이들의 과감한 기부는 기부를 통해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업을 일궈내야 했던 만큼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뼛속 깊이 체감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범수 의장은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봉진 의장도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