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치료제 남아공 변이바이러스 대응, 6개월 내 임상 2상까지 마무리할 것"
국내 1호 코로나19 치료제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이 백신 개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장 백신 개발에 진출할 계획은 없지만, 백신 기술주권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백신 개발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18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건부 품목허가를 획득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성분명:레그단비맙, 개발명:CT-P59)의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를 이끈 서정진 명예회장은 “항체를 만든다는 건 항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는 이미 항원에 대한 개발을 마쳤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기존 개발한 백신 외에 2가, 3가 백신이 필요할 수 있는데 그땐 기존 임상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하기 어렵다.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면 누군가는 답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백신 기술주권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백신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렉키로나가 중증환자 발생률을 낮추는 치료제인 만큼 이미 중증으로 넘어간 환자에겐 효과가 없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항체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번식을 막는 약이다. 바이러스는 3~4주면 소멸되고 그 이후 바이러스 양이 줄지 않으면 장기 손상이 오는데 장기 손상엔 특효약이 없다”라며 “가장 좋은 치료제는 중증으로 가지 않게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식약처는 조건부 허가를 낼 때 경증환자에게 렉키로나주를 투약하는 것의 임상적 의미는 결론내리기 어려운 만큼 약의 투여 범위를 고위험군 경증에서 중등증 성인 환자로 제한했다. 셀트리온의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체 환자 대상으로 보면 평균 3.5일 단축하는데 경증환자의 경우 2일 단축에 그친다.
이에 서 회장은 “호흡기 쪽에서 회복을 2일 단축한다는 건 중요한 것이다. 제조원가로 약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비용이 비싼 만큼 경증환자에게 약을 주는 게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게 왜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없는지 되묻고 싶다.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약이 경증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며 “경증 환자도 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3상을 마무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허가와 관련해서 서 회장은 “현재 렉키로나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긴급사용승인 신청과 관련해 사전 심사를 밟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에 대한 임상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에 들어간 지 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치료제를 투여받은 사람은 150명이고 3개월 뒤에 투약을 마무리하고, 데이터 도출까지는 5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항체치료제 추가 임상을 준비 중이다. 앞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영국 변이주를 비롯해 남아공 변이주를 항체와 혼합해 숙주 세포에 감염시킨 후 항체가 바이러스를 저해하는 정도를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렉키로나의 중화능력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결과, 렉키로나가 영국 변이주에서 이전 변이와 마찬가지로 강한 중화능력을 보였지만, 남아공 변이주에서는 중화능력이 감소됐음을 확인했다.
서 회장은 “항체를 스크린하는 과정에서 38개의 항체 플랫폼을 확보했고 그중 32번 후보항체는 영국과 남아공 변이주에 모두 중화능력을 보였다. 남아공에서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고, 동물임상, 1상, 2상까지 모두 6개월 안에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31일 회장 직함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서 회장은 다음 달 열리는 2021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공식적으로 은퇴한다. 다만 백신과 관련해서는 지속해서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코로나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 다른 부분은 후배들에게 물려주는데 코로나는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