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0년 넘게 쓴 종이 약속어음 5년래 폐지

입력 2021-02-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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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송금·전자어음으로 전환…업계에 전자어음 전환 5개년 계획 요구

▲일본 도쿄에 있는 경제산업성 청사. 도쿄/AP뉴시스
일본 경제산업성이 종이 약속어음 사용을 5년 안에 중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도장 문화 퇴출로 관행 타파를 선언했던 일본이 또 한 번 디지털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2026년까지 종이 약속어음을 폐지할 방침이다. 전국은행협회와 연계해 종이 약속어음 대신 은행 송금이나 전자어음으로 전환을 촉구한다. 100년 넘게 사용됐던 종이 약속어음이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1800년대 후반 메이지 유신 이후 지금까지 기업 간 거래에서 종이로 된 약속어음을 사용해왔다. 종이 어음은 일반적으로 현금화까지 수개월이 걸려 자금에 여유가 없는 기업도 발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수주업체가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일이 많아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지목됐다.

전자어음을 발행하면 종이를 주고받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금은 종이에 청구서를 인쇄해 주고받은 뒤 금고에 보관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금융기관은 수작업으로 전국 각지에 어음을 보내는 배송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

일본 이외에는 결제수단으로 어음을 사용하는 국가를 찾기 힘들다. 미국은 수표를 쓰거나 은행 송금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유럽도 은행 송금과 카드 결제로 거래한다. 한국은 2009년 전자어음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약속어음제 단계적 폐지 정책이 시행됐다.

경제산업성의 전문가 검토회는 곧 어음 폐지를 위한 연구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경제산업성은 대기업에서 먼저 종이 약속어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은행 송금이나 전자어음 발행으로 전환할 수 있게 업계마다 5개년 계획을 책정하도록 요구한다.

경제산업성은 최장 120일까지였던 어음 만기를 3년 이내에 60일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국은행협회는 전자어음 중개 인프라 서비스인 ‘덴사이넷’ 을 개선해 이용을 권장할 방침이다. 현재는 최소 결제 기한이 7영업일로 설정돼있어 소규모 기업의 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단점 보완을 위해 최소 결제 기한을 내년까지 3영업일로 단축할 계획이다.

비싼 은행 송금 수수료도 개혁 대상이다. 일본 대형은행은 일반적으로 다른 은행으로 송금하는 수수료가 800엔(약 8400원) 정도다. 높은 수수료 때문에 종이 약속어음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어 은행 송금이 확산하기 어려웠다. 경제산업성은 올해 안에 신규 이용자에게 수수료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고, 수수료 인하 방안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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