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1월 하순 미국의 게임 판매점인 게임스톱의 주가가 급등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정보를 교환하는 ‘레디트’라는 SNS에 모여 게임스톱주를 집중 매입한 결과 주가는 한때 작년 말 대비 1700% 넘게 폭등했다. 여기에는 간단하게 주식을 구입할 수 있는 투자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가 큰 역할을 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표적으로 삼은 기업의 주식 매입에 동시에 참여해 ‘전례없는 대규모 매입’을 일으켰다. 그 결과 주가 하락 때 차익을 남기는 공매도 헤지펀드가 큰 손실을 냈다. 이 머니게임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동투쟁으로 거대 투자펀드를 이겼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로빈후드는 돌연 게임스톱의 거래제한을 실시했고 이러한 자의적인 조치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를 중시 여긴 하원 금융위원회는 로빈후드가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를 의식해 임의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제동을 걸었다는 의혹을 갖고 2월 18일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증언에 나선 관계자들은 모두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며 불법행위를 부정함으로써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SNS가 과격한 이념과 행동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상태에서 SNS 회사의 운용방식이 자의적이라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적절히 규제되지 않는 SNS가 이번엔 금융거래 분야에서도 새로운 문제를 일으킨 모습이다. 일련의 문제는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포함한 관계당국이 조사를 하고 있어 앞으로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준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1월 말부터 일부 국가들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음성 기반 트위터’로 불리는 SNS ‘클럽하우스’ 서비스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미국에서 2020년 2월 창업한 알파 엑스프로레이션이 제공하고 있는 앱이다. 기존 유저로부터의 ‘초대제’라는 희소성도 있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용자가 현재 2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룸(room)’으로 불리는 음성 대화방에서 주재자와 주재자가 선택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눈다. 네트워크상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influencer)와 가벼운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교류가 제한된 연예인과 정치인들에게 팬과 유권자들과의 새로운 접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거에 주목도가 높아졌다. 일본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벌써부터 클럽하우스를 지지자 개척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자민당 중의원인 히라이 타쿠야(平井卓也) 디지털개혁담당 장관은 9일 이 ‘클럽하우스’를 이용한 공부모임을 처음으로 열었다. 50분 정도 진행된 이 모임에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1월부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 정세균 총리도 클럽하우스에 참여했다.
이 같은 새로운 SNS의 등장은 IT(정보기술)를 기반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뉴노멀화가 몰고 오는 새로운 사회변화를 상징한다. 시장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거대 IT 플랫폼 기업인 GAFAM(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새로운 싹이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기술, 서비스, 산업의 출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아닐까도 싶다.
한 마리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디지털 혁신 시대에서는 변화가 눈사태처럼 일어난다.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기업과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높은 망루에 올라 SNS의 조류까지도 섬세하게 간파해 만일의 눈사태에 일찌감치 대응할 수 있는 자세와 안목이 필요하다. 경제 위기, 사회 단절, 정치 혼란으로 야기된 국가 난맥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