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하반기 액상형 톡신 제제 미국 진출 전망…양사의 국내 민ㆍ형사 소송은 계속 진행할 듯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갈등이 대웅제약을 제외한 메디톡스, 엘러간, 에볼루스 3자간 합의로 결론나면서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1심 판결에서는 예비판결보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판매 금지 기간이 대폭 줄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중 완벽한 승자가 없다는 평가가 이어졌는데 이번 합의에 따라 상황이 역전된 모양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주식 16.7%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된다고 22일 밝혔다.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보통주 676만2652주를 약 535억 원에 취득했다. 에볼루스는 주당 0.0001달러로 보통주를 신규 발행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 판매에 대한 미국 ITC 소송과 관련해 자사의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3자간 합의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은 이번 합의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합의는 미국을 제외한 한국과 타 국가에서의 조사나 소송 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미국 내에서 나보타의 지속적인 판매와 유통에 대한 권리를 에볼루스에 부여했고, 이에 따른 대가로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에 보통주 신규 발행과 함께 합의금 총 3500만 달러(약 380억 원), 나보타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메디톡스가 에볼루스를 상대로 낸 미국 캘리포니아 소송은 철회될 예정이다.
메디톡스 측은 “투자 목적으로 에볼루스의 주식을 취득한 것이고, 향후 엘러간, 에볼루스와 협조해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아직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액상형 톡신 제제에 대한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하반기 미국 진출이 기대되는 만큼 에볼루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현재 액상형 톡신 제제에 대한 임상 3상 투약이 마무리됐고, 데이터 정리 후 임상 결과에 대한 발표를 남겨두고 있다. 다만 액상형 톡신 제제는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에 기술수출한 제품인 만큼 미국 임상과 이후 승인 절차, 판매는 엘러간이 전적으로 담당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2대 주주라는 위치를 활용해 에볼루스를 통해 자사 톡신 제품의 미국과 유럽시장 판매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메디톡스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메디톡스는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을 보면 전년 대비 24.6% 감소한 1113억 원, 영업이익은 558억 원 줄어 -25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소송 장기화로 인한 지속적인 비용 부담이 메디톡스에 적자로 돌아온 것이다. 1분기 84억 원, 2분기 64억 원, 3분기 57억 원이 소송비용으로 지출됐다. 메디톡스는 2019년에도 소송비용 여파로 실적 충격을 맞은 바 있다.
이번 3자간 합의에 따라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에 합의금과 나보타 판매 로열티를 받게 되면서 상당한 실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2019년 나보타 매출은 3500만 달러였고, 만약 ITC 소송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에볼루스의 나보타 매출액은 2020년 5800만 달러, 2021년에는 8900만 달러로 추정된다. 2021년 추정치만큼 나보타 매출이 발생한다면 6%의 로열티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메디톡스는 약 500만 달러의 기술료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보툴리눔 톡신 제제 국내 판매의 경우 서류 조작, 국가 출하승인 받지 않고 판매한 혐의 등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전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반발해 집행정지와 함께 허가취소 소송을 제기해 집행정지 인용을 받아냈다. 이에 품목허가 취소 소송 본안 판결 후 30일까지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판매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잠정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메디톡스는 톡신 판매를 재개할 수 있게 됐고, 본안 결과가 나올 내년 상반기까지는 판매가 계속될 것이다. 또 회사에 우호적인 ITC 소송결과 및 합의도출에 따라 메디톡스의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도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5% 늘어난 1467억 원, 전반적인 비용감소로 영업적자도 대폭 축소된 52억 원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3자간 합의로 미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해소됐지만, 아직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양측 모두 국내 민사ㆍ형사 절차를 끝까지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고, 형사 절차는 검찰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웅제약 측은 “ITC 항소심에서 메디톡스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져 승리할 것을 확신했는데 이번 합의에 따라 ITC 결정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어지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라며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국내 민∙형사 재판에서 승소할 것임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메디톡스 측도 “이번 합의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전체 제조공정 기술 도용 혐의를 밝혀낸 것인 만큼 한국 법원과 검찰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맞섰다.
앞서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판단하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ITC는 최종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제조기술 도용 혐의는 인정했지만,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 ITC의 규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기존 예비판결에서 내린 10년간 수입금지 명령이 21개월로 대폭 줄었다.